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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사탕님의 서재
  • 인플루언스
  • 곤도 후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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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1
  • : 1,575


중년의 여성 소설가 앞으로 한 여인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30년간 이어져 온 세 친구의 관계에 소설가가 흥미를 가질지도 모르겠다며 췌장암에 걸린 나머지 친구 중 한 명이 죽기 전에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요청이 적혀 있었다.

소설가는 처음엔 그 편지를 그냥 무시하려 했지만 '세 명의 관계'라는 말에 마음이 걸려 발신인을 만났고, 그녀로부터 그녀와 친구들의 얽히고설킨 인연과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토츠카 유리는 학교, 병원을 비롯한 모든 생활 인프라가 다 갖춰져 도보권 외로는 나갈 일이 거의 없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사연에 언급된 친구 중 한 명인 히노 사토코 역시 단지에 살았던 친구 중 한 명으로 언제 처음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렸을 때 만나 철이 들었을 무렵에는 이미 단짝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2학년 무렵, 그런 사토코와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유리 집에 놀러 온 사토코는 유리의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엄마가 여자애는 할아버지랑 같이 자는 거라 했다며 자신은 할아버지랑 한 이불을 덮고 같이 잔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로 인해 유리의 할아버지와 부모님은 언성을 높이며 논쟁을 했고 그 뒤로 사토코와의 관계가 미묘하게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중간한 사이를 유지하다 4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을 때 어딘가 변한 사토코가 유리를 아파트 옥상으로 데리고 올라가 자신이 할아버지와 같이 잔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이 있는지 확인하고는 "만약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죽여 버릴 거야"라고 속삭이기에 이른다.

그렇게 사토코와 완전히 멀어진 유리는 5학년이 되어 성교육 시간을 통해서야 할아버지와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정확한 의미를 알게 되었고, 자신이 학대받는 사토코를 외면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중학생이 되는 시점 유리의 아파트 단지에 사카자키 마호라는 여자아이가 이사 왔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를 따라 도쿄에서 오사카로 오게 된 마호는 발레를 배워서 남들과 달리 꼿꼿한 자세와 혼자서 유일하게 구사하는 반듯한 표준어로 인해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이를 알게 된 유리는 마호의 친구를 자처하며 둘은 단짝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호가 유리의 집에서 늦게까지 숙제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단지 내 공원에서 괴한을 만나 납치당할뻔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때 마호를 배웅하러 나왔던 유리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괴한에게 달려들어 마호를 구한다. 그 과정에서 유리는 남자가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식칼을 주워들고는 남자를 힘껏 찌르게 된다.

그렇게 괴한으로부터 무사히 도망쳐 나왔지만 유리는 남자를 칼로 찔렀다는 두려움에 떨며 다음 날을 맞이한다. 하지만 엄마는 유리에게 사토코가 남자를 찔러 죽여 체포되었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하는데….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의 안타까운 삶에 대해 착잡하고 무거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유리, 사토코, 마호 세 여인들의 인생은 전부 기구했지만 그중 주변에 휩쓸려 자신의 삶을 충분히 살지 못했던 유리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연민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부모가 묵인하는 상황에서 친족인 할아버지에게 어린 나이부터 성적 학대를 당한 사토코에게는 처음에는 가여움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유리의 죄책감을 자극하여 유리의 인생을 옭아매는 것과 동시에 자신과 똑같은 곳으로 유리를 끌어내려 자신과 똑같은 지옥을 걷게 한 시점부터 사토코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동 학대라는 개념이 잡히지도 않은 시기의 초등학교 2학년생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있었을까? 왜 어린 유리가 사토코에게 죄책감을 느껴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유리가 마호를 구하기 위해 괴한을 한 번 찌르긴 했지만 과연 그것으로 괴한이 죽었을까? 정당방위에 단순 상해였는데 사토코가 그 뒤 여러 번 더 찌름으로 해서 죽은 것이 아니었을까? 책에서도 사토코는 여러 번 찌른 과잉방위로 소년원에 다녀온 것이니 유리 대신 형벌을 산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아야 할 당연한 죗값을 치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유리를 옭아매는 모습을 보니 사토코가 끔찍하게까지 느껴졌다.


마호 또한 거짓으로 유리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려놓고 자신이 모두를 지키려 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유리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사람을 찔러 심적 고통을 겪는 것을 봤으면서 어떻게 다시 그 고통 속에 친구를 밀어 넣을 수 있을까?​

그러한 사토코와 마호를 과연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읽는 내내 가슴을 졸이며 그들이 유리의 인생에서 사라져 유리가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랐다.

과연 유리는 우정을 가장한 질긴 악연의 고리를 끊고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책을 덮고도 이야기의 여운이 오래가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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