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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훈님의 서재
  • 사랑의 갈증
  • 미시마 유키오
  • 15,120원 (10%840)
  • 2024-06-24
  • : 1,748
금각사, 봄 눈으로 익숙한 작가 미시마 유키오. 풍요의 바다 4부작을 완성한 후 자위대 쿠데타를 촉구하며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한 기구한 운명의 작가. 『사랑의 갈증』은 그가 25살 때 발표한 작품으로, 시골 마을에 반강제적으로 갇힌 상류계급 출신 도시 여성 ‘에쓰코’의 열렬하고 비밀스러운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사랑과 집착, 질투와 시기, 그리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소유욕과 같은 인간의 본성이 미시마의 예리한 관찰력에 의해 여성의 시각으로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 사부로와 미요의 관계에 따라 변하는 에쓰코의 감정 묘사는 아주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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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은 주인공 에쓰코와 남편의 가족들로 단순한 편이다. 시아버지 야키치, 첫째 아들 겐스케와 부인 치요코, 둘째이자 남편인 료스케, 셋째 아들의 부인 아사코와 그녀의 아이들, 하인 사부로와 미요.

료스케의 아내 ‘에쓰코’의 감정선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남편 료스케의 바람기와 아내에 대한 무심함으로 인해 에쓰코는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의 사랑을 더욱 갈망하게 된다. 어느 날 료스케가 장티푸스로 죽음을 맞이한 후, 에쓰코는 시아버지 ‘야키치’의 부름으로 시골로 들어가게 된다.

그녀는 야키치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한 채 하인 시부로에 대한 사랑을 남몰래 키워나간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게, 마음속에서만 아주 내밀하게. 책은 후반부까지 사부로에 대한 에쓰코의 사랑과 질투를 바탕으로 진행되며 비극적으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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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의 모든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라는 정의를 내리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별게 아닌 것이다. 사랑에 많은 의미를 두는 에쓰코, 그리고 미오를 임신 시키고도 사랑의 감정이 뭔지 잘 모르는 사부로는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가 아니었을까. 사랑의 갈증을 타인으로부터 해소하려는 에쓰코는 끊임없이 고통받는다.

이 책에는 어떤 대상을 원하면서 원하지 않는, 사랑하면서 괴롭히고 싶어 하는 인간의 양가적인 마음이 잘 드러난다. 특히 죽어가는 남편을 바라보는 에쓰코의 감정에서 이런 모습이 잘 나타나는데, 에쓰코는 남편이 죽기를 바라면서 살기를 희망한다. 남편의 사랑을 원하지만 남편이 되살아나면 또다시 자신을 떠날 것임을 알기에 그의 죽음을 바란다. 그의 죽음으로서 온전하게 그를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에쓰코가 깨달은 것은 행복과 고통을 나란히 연결 짓는 모순이었다.

시아버지 ‘야키치’ 역시 양면적인 성격을 가진다. 사부로와 미요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과장되게 늘어놓으며 에쓰코를 괴롭힐 때 야키치가 느끼는 것은 일종의 기묘한 친애의 정, 말하자면 역설적인 '우애'라고 표현했다. 에쓰코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괴롭히는 그의 소심한 유희는 에쓰코를 잃을까 두려워하면서도 계속된다.

첫째 아들 ‘겐스케’의 캐릭터가 아주 매력 있다. 능력 없지만 능청맞은 겐스케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책의 내용을 가볍고 기분 좋게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의 겐스케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감초 역할을 하는 ‘메이테이’와 상당히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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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갈증』의 묘미는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드는 에쓰코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다자이 오사무’가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을 읽을 때의 느낌이 어렴풋이 있고, 탐미주의의 대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열쇠』를 읽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자극적인 묘사는 조금 덜하지만 인물의 심리묘사는 충분했다.

마초적인 외모와 몸매의 미시마 유키오가 쓴 글이기 때문에 더 인상깊게 다가오는걸까. 『사랑의 갈증』은 기대한 것보다 아주 좋은 작품이었다. 일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만족할 것이라 생각한다. 금각사와 봄 눈, 금색 이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시마의 작품들. 번역되지 않고 있는 미시마 유키오의 ‘풍요의 바다’ 시리즈가 어서 출간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동전의 뒷면이 앞면에 닿으려는 노력만큼 힘든 고통이 어디 있겠는가. 가장 쉬운 방법은 구멍 없는 동전에 구멍을 뚫어버리는 것이다. 바로 자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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