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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훈님의 서재
  • 도쿄 사기꾼들
  • 신조 고
  • 15,120원 (10%840)
  • 2024-04-30
  • : 1,205
『도쿄 사기꾼들』 - 신조 고

『도쿄 사기꾼들』은 2017년에 일어난 ‘세키스이하우스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로, 타인의 부동산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지면사들의 이야기다. 범죄 과정은 논픽션이라 생각될 정도로 치밀하게 짜여있어 박진감 넘치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10대 시절 문제아로 지내다 마약에 손대기도 했던 저자 ‘신조 고’가 지금껏 쓴 소설은 모두 악당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악당들이 사기 치는 과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긴장감을 준다는 것. 저자는 이를 핵심으로 생각하여 실제 사건에서 지면사들이 어떤 수법으로 범죄를 성공시켰는지 꼼꼼히 조사하였다고 한다. 책 속에는 대역 캐스팅과 내장 IC 칩 복제같이 실제 범죄에 쓰인 다양한 수법들이 등장한다. 리얼한 범죄 묘사로 인해 머릿속에서 장면이 영상화되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범죄를 세밀하게 엿볼 수 있다는 것. 불법적인 일을 관음 하는 행동에서 발생하는 짜릿함과, 타인의 고통에서 쾌감을 느끼는 ‘샤덴프로이데 심리’는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도쿄 사기꾼들은 그러한 욕구를 해소시켜 줌으로써 독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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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방화로 인해 어머니와 처자식을 잃은 ‘다쿠미’는 보도방 드라이버로 일을 하던 중 부동산 사기에 정통한 지면사 ‘해리슨 야마나카’를 만난다. 이후 해리슨의 인정을 받아 그의 밑에서 본격적으로 지면사 교육을 받으며 같이 일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100억 엔대의 큰 건을 기획하면서 갈등과 반전이 펼쳐진다.

초반부에 나오는 주인공 패거리들과 마이크로 홈 측의 거래 장면은 아주 짜릿하다. 리얼한 대화로 현장감을 살리는데, 대역이 가짜라는 게 들킬까 내가 초조해지는 기분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악당의 편에 서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반복되는 사기 과정에서 오는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해 소설 중반부터는 ‘해리슨’과 ‘다케시타’의 대립으로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캐릭터 간의 갈등을 이용하여 위기감을 조성함으로써 독자들의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발한다.

마지막에 다쿠미는 지면사로 했던 일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다쿠미. 앞으로도 악인을 주인공으로 하겠다는 저자의 생각을 투영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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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범죄자를 추적하는 데 집중하는 추리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범죄자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그들을 추적하는 다쓰 형사의 이야기는 소설의 큰 줄기를 이어주는 도구로 쓰이는 정도이고 그 분량도 많지 않다. 이런 부분에서 악당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악당들과 피해자들의 거래 장면. 사기 치는 자와 의심하는 자들의 대화는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각자 맡은 역할을 연기하는 악당들이 혹시 들키지는 않을지 마음 졸이며 읽는 기분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초반부의 ‘마이크로 홈‘과 후반부의 ‘세키요 하우스’처럼, 사기 치는 거래의 대화 비중이 더 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치 과자를 먹다 빼앗긴 아이가 조금만 더 달라고 투정 대는 것처럼.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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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사기꾼들』은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페이지터너다.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특유의 불법적으로 전개되는 내용은 숨어있는 인간 본성을 이끌어내어 독자들을 만족시킨다. 범죄에 관해 흥미로운 책을 찾는 사람과 사회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전세 사기와 각종 부동산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데, 우리들에게 부동산 사기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소설이기도 했다. 도쿄 사기꾼들은 최근에 넷플릭스로 영상화되었다고 하니, 소설을 읽을 때 머릿속에서 재생됐던 영상과 비교해서 감상하면 더욱 재미있을 듯하다.

이 책을 받았을 때 표지에 붙어있는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 ‘김 사장님’의 자필 메시지. 꼭 편집자의 후기를 먼저 봐달라고 적혀있었다. 그 덕분에 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고,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 북스피어의 이판사판 시리즈, 열한 번째 이후의 작품도 충분히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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