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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훈님의 서재
  • 모던 빠리
  • 박재연
  • 20,700원 (10%1,150)
  • 2024-05-30
  • :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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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빠리』 - 박재연

앙드레 브르통과 밝은 핑크색 표지. 『모던 빠리』는 미술사학자 박재연이 1874년 첫 인상주의 전시부터1938년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에 이르기까지 파리에서 열린 12편의 전시로 안내하는 책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전시에 얽힌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쉽게 풀어나간다.

전시는 단순하게 작품을 나열하는 공간이 아니다. 작품, 예술가, 관객, 비평가들이 소통하는 공간이다. 전시된 작품이 다른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이상적인 순환 구조. 이 책은 전시와 예술의 결합으로 발생한 새로운 예술 사조의 변화를 흐름있게 보여준다.

인상파를 탄생시킨 《예술인 협동조합 전시》부터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 까지. 책을 끝까지 보면 파리가 왜 세계 문화 수도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예술가들의 다양한 도전과 함께 전시의 역할, 전시라는 플랫폼을 활용하여 주류에서 소외된 예술가들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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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역사는 혁신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전시를 소재로 한 『모던 빠리』에서는 전시와 예술가 뿐만 아니라 후원자, 수집가, 미술상까지 예술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이 잘 드러나있어 인상적이다.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전시에서 선보였을 때 대중과 비평가들이 보인 대부분의 반응은 조롱과 비난이었지만,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살롱전에서 낙선한 친구 들의 작품들을 모아 전시를 하는 《낙선전》을 기획하고 자신들의 간행물을 출간했다. 이러한 비주류 전시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모네의 전시품 ‘안녕, 해돋이’ 이후에 《인상파》라는 이름이 탄생했듯이.

‘독립예술가조합’ 《앵데팡당》은 심사위원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방식으로 작품을 평가했고, 카페 주인의 이름을 딴 《볼피니 전시》는 소규모 그룹전이라는 틀을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표현을 탐구하고 전통적인 유럽 회화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백인전》은 심사위원이나 상금 없는,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참여를 기조로 삼았고, ‘볼라르’는 살아 있는 절친 작가인 《폴 세잔 회고전》을 열어 사람들에게 신섬함을 주었다. 1899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 참가하지 못한 고갱은 근처 카페 벽에 자신의 작품을 걸어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성공적으로 알렸다. 그리고 최초의 입체주의 전시회인 《섹숑도르 전시》에서는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에이전트와 갤러리 소유주들을 준비 위원회 에서 철저히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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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동’을 일으킨 제3회 살롱도톤의 7번 전시실. ‘야수주의자’들의 그림은 상당히 강렬하다. 마치 현대 일러스트 같은 느낌. 지금 나의 책상 옆 액자 속에도 있는 ‘앙리 마티스‘작품도 나온다.

‘입체주의 충격’, 《제27회 앵데팡당 전시》의 41번 전시실. 피카소와 브라크를 선두로 한 ‘입체주의’는 지금 봐도 과감한 시도라는 생각이 드는데 당시 작품을 감상한 사람들은 얼마나 충격이었을지.

그밖에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전시 이야기가 나온다. 황금 분할의 《섹송도르》전시, 프랑스의 예술적 위상을 높여준 《국제 장식 및 산업 미술 박람회》. 꿈속 세상, 환상의 세계를 그려내는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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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시에 관한 책이자 다양한 노력과 새로운 시도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비주류에서 주류가 되기까지 끊임없이 노력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와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한 전시의 개념은 많은 자극을 주었다. 어떤 분야든지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발전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모던 빠리』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예술 사조의 흐름과 작품을 여러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백인전에서는 예술적인 백인전과 라플륌의 포스터를 볼 수 있고, 앵데팡당 전시에서는 빈센트 반고흐와 뭉크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예술에 관한 초보자에게도 부담 없는 책이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풀어가는 예술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예술에 관한 책은 많이 읽어봤지만 전시에 관한 책은 처음이라서 신선한 느낌이 많은 책이다. 인상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표현주의.. 이 모든 것들은 모두 다른 예술이지만, 멀리서 보면 결국 하나의 예술이 아닐까. 표현의 한계가 늘어난 현대 예술, 앞으로 미래의 예술 사조는 어떻게 변화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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