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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 아르마다
  • 개릿 매팅리
  • 22,500원 (10%1,250)
  • 2012-07-16
  • : 297
이 책은 실패에 관한 책이다.

‘무적함대‘와 영국 해군의 해협 전투는 영국입장에서는 빛나는 승리지만 에스파냐 입장에서는 참패였다. 저자의 시선이 영국, 에스파냐 중 어느 한쪽의 입장을 중시한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비극이 더욱 드라마틱한 법이니 패자인 에스파냐에게 감정이 집중되었다.

실패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실패라는 것은 오로지 실패한자의 책임인가? 라는 생각도 했다. ‘무적함대‘의 실패는 무엇때문인가? 그리스인들이 말했듯 오만함이었을까? 기존의 대중적 시선은 그러했다. 전성기에 도달한 에스파냐가 신대륙, 레판토에서 그러했듯 이번에도 신의 가호아래 자신들의 종교를 강요하기 위해 영국을 공격했고, 한줌에 불과하고 어중떠중 사략함대를 모은 영국함대가 마치 다윗이 그러했듯 무적함대라는 ‘골리앗‘을 무너뜨렸다고.

내막을 살펴보니 그렇지 않았다. 에스파냐는 국왕인 펠리페 2세부터 회의적입장이었다. 무적함대의 제독, 외교관들도 낙관적입장은 더더욱 아니였다. 위에서 ‘신의 가호‘를 이야기했는다. 에스파냐인들도 ‘신의 가호‘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딘가 자조적이다. ‘신의 가호‘때문에 무조건 이긴다!와 ‘신의 가호‘가 없다면 질것이다.는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닌가?

에스파냐는 자신들의 전력과 영국의 전력을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었고, 원정에 들어가는 어려움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들이 실패한 이유는 준비가 잘못된것이 아니라 애초에 잘못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영국에는 가면 안되는 것이었다.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이 ‘오만‘때문이었다면 아이들 동화책으로는 좋은 소재였을 것이다. ‘그러니 시건방을 떨면 안되요 어린이 여러분~‘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이 오만때문이었나? 아니다. 그것은 책임감에서 비롯된 절박함 때문이었다.

펠리페2세는 내심 영국 정벌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실현되기 어려우며 정복을 한다한들 에스파냐가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를 끌어내려도 그 자리는 프랑스와 연계된 스코틀랜드 여왕이 차지하게 되어있었다. 프랑스는 스페인의 전통적 라이벌이었다. 무엇때문에 그런일을 해야한단말인가?

하지만 상황은 변했다. 스코틀랜드의 여왕은 엘리자베스가 죽였다. 프랑스의 상황은 에스파냐의 지원을 받는 귀족이 권력을 잡기 일보직전이었다.

어려운일이지만 영국을 정복할 수 있다면? 영국에는 다시 가톨릭이 번창할 것이고, 프랑스에는 동조자가 권력을 잡을 것이고 네덜란드는 스페인의 깃발 아래로 내려올 것이다. 그럴수만 있다면 당시 유럽에서 퍼져나가고 있던 신교의 세력도 주춤할 것이고 가톨릭은 다시 유럽 모두의 종교가 될 것이다. 배당이 말도 안되게 커진 것이다.

어려운데다가 얻을것도 없는 일에서 어렵지만 성공한다면 모든걸 얻을 수 있는 일이 된 것이다. 심지어 일도 조금 쉬워졌다. 이번 기회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실제로 그러했듯이) 유럽의 종교는 영원히 두개로 갈라지게 된다, 이번기회를 놓치면(역시 실제로 그러했듯이) 스페인은 네덜란드를 상실하고 천천히 쇠퇴하게 될 것이다.

펠리페2세는 왕으로서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투철한 책임감이 그를 절박함으로 몰아낸것이 아닐까? 스코틀랜드 여왕이 죽은뒤 돌변한 그의 태도는 오만함때문이라기 보다는 절박함이 엿보였다.

그에게 영국원정은 예정된 성공을 위한 행진이 아닌 예정된 실패를 피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였을까?

실패라는 것은 단순히 오만하거나 무능한자가 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고 실천하는 자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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