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회사에 있는데 좀비 사태가 벌어졌다. 주인공인 '김대리'와 함께 고립된 동료는 꼰대 상사 '박부장'과 노답 후임 '최'다. 중간에 딱 끼인 김대리는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해진다. 좀비 사태 이전은 중간에 끼여 이리치이고 저리치여도 집에선 자유로웠건만, 좀비 사태가 벌어지자 김대리의 퇴근이 막혀버렸다. 하루종일 박부장과 최 사이를 조율하느라 김대리의 스트레스는 한계치를 찍고, 사무실을 뒤져 모아둔 식량도 떨어져간다. 결국 김대리는 고립된 사무실 탈출을 위해 좀비의 패턴을 분석하고, 회사의 빌런 둘과 함께 마지막 퇴근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한다.
굉장히 특이한 소설이었다. 좀비물이 짠하다? 이게 가능한건가는 둘째치고 김대리가 너무 애잔해서 응원하게 되는 한편, 웃기기도 했다. 그야말로 블랙코미디였으나 한편으로는 회사의 빌런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기도 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때문에 소설 자체는 술술 잘 읽히는 편이었다. 준비없이 빌런들과 사실에 고립된 탓에 제대로된 정보를 얻을 수도 없고, 조력자를 얻을 수도 없는 상황인 김대리는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해가며 빌런들을 다독이고 탈출을 향해 착실히 나아가는 편이다. 반면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는 빌런들은 너무 그럴듯해서 속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이렇듯 소설에서는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싶은 인간군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짠하면서도 인간적인 캐릭터도 대비되어 나오며 진행해나갔기에 생각보다 더 재밌게 읽어나갔다.
소설을 결말부까지 보고나면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인공인 김대리의 이름을 포함해 등장인물의 이름들은 어디에도 없다. 박부장과 최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직급과 성으로 불리며 소설 속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들은 누군가를 대입해보기 딱 좋았다. 소설 속에서 김대리의 취미가 '좀비물에 직장 사람들을 대입해 보기'였던 것처럼 소설 속 인칭대명사 또한 다분히 의도적인 상황으로 느껴졌다. 주인공의 이름부터가 김대리 아닌가. 때문에 좀 더 친숙한 느낌으로 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유쾌한 한편 짠하기도, 스릴감이 느껴지기도 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은 소설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