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집이다. '저주에 사용되는 건 예쁘게'라는 문구 때문에 궁금해진 것도 있고,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 선정 소식 때문에도 궁금해졌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저주토끼'가 단편 중에 하나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그냥 좀 기괴하고 호러물 같기도 하며 SF 느낌도 있다는 사실만 알았을 뿐이다. 그정도만 알고 직접 읽어본 소설은 뭐라 딱 집어말하기 힘들정도로 기묘하고 기괴하다. 장르소설 독자로 수많은 소설을 읽으면서 나름 기괴한 것을 좀 봤다 생각했는데 이건 또 색다른 맛이었다. 이전에 본 작가 인터뷰에서 약한 독자는 기르지 않는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확실히 실감했다.
책의 제목과 같은 ‘저주토끼’는 가장 앞쪽에 있었던 이야기다. 저주에 쓸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라는 말을 했던 할아버지는 친구의 복수를 위해 토끼 전등을 정성들여 만든다. 저주를 받는 쪽이 손을 대야 하므로 꼭 손이 갈만큼 이목을 끌어야했다. 남에게 의도적으로 피해를 주고 잘 사는 사람에게 하는 복수의 의무를 짊어진 토끼는 할아버지의 인맥을 총동원하여 당사자의 집안으로 향한다. 토끼가 너무 예뻤기 때문일까, 분명 복수는 이루어진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봤을 땐 저주가 과연 한 사람만의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저주를 내리는 물건을 대대로 만들어왔던 주인공의 집안에서는 과연 저주의 결말을 몰랐을까? 분명히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는 이후로도 이어진다. 단편 '머리'에서는 사람이 만들어낸 배설물을 통해 하나의 피조물이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쯤되니 무섭다라는 후기에 100프로 공감할 수 있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소설을 보고 난 다음엔 괜히 화장실에서 찜찜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혹시나라는 생각이 드는, 괴담같기도 하고 거부감이 드는 이야기였다. 그 밖에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만했던 이야기, 피임약을 오래먹어 남편없이 임신해버렸다는 괴기한 이야기, 인간의 곁에 있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 반려자와의 충격적인 이야기 등등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단편들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분명히 너무 낯설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소설들이다. 그럼에도 이 낯선 이야들에도 공통점은 있다. '저주토끼'안에 존재했던 사람들은 모두 결핍과 쓸쓸함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돌이켜보면 단편들이 희망적으로 끝난 부분은 거의 없었다. 이상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이상한 일을 겪으면서도 나아가며, 마지막 결말을 맞는다. 그럼에도 소설 이후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던 건, 어쩌면 좌절과 상처를 딛고 일어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작가 후기에 밝혀둔 것처럼 세상은 원래 쓸쓸한 곳이고, 복수나 권선징악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 일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한 곳이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이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쓸쓸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기괴한 이야기들과 더불어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