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한복을 위주로 설명하고 있는 책 '조선패션본색'. 제목 그대로 조선의 패션을 쭉 보여주는 것 같았던 책이었다. 예를 갖추는 궁중에서 입던 옷, 유행에 따라 혹은 편안함을 챙겼던 평민들이 입던 옷, 패션 선두주자였던 기생의 옷 등등.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방대한 자료와 함께 조선의 패션에 관해 말해주고 있어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책 속에 함께 수록된 방대한 사진자료들과 무형문화재 기능장 선생님들의 작품들도 가득해서 눈으로 보는 재미까지 챙길 수 있었다.
흔히 '한복'이라고 하면 딱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치마와 저고리 갓과 도포 평민은 흰옷 정도? 영화나 드라마같은 매체에서 많이 접한 이미지가 굳어져버렸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 한복은 역사의 시간을 걸어오며 많이 변했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본 조선의 한복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그 시대 당시의 삶과 문화, 그 당시의 생각을 많이 담고 있었다고 해야할까. 대표적인 것이 여성의 의복이다.
책의 도입부에서 조선시대 여인들의 인생 애환 속에서 빚어진 옷과 장신구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여성의 의복들에는 많은 설명을 덧붙여두었다. 도입부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교육에서 배제되고 남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갇히고 억압되어왔던 조선의 여인들은 자신의 규방에서만큼은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예술 작품이란 바로 조선의 여인들이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지며 해왔던 길쌈과 바느질, 또 옷감들이 아닐까. 결국 규방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들은 패션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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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는 유교 이념 때문에 남녀유별이 강조되었다. 조선 시대의 여인들은 남자들과 달리 복잡한 체계의 옷을 갖춰입었으며 겹겹이 둘러쌓인 치마자락이 기본이었다. 이는 남녀 구분이 따로 없었던 고려시대와 달리 조선시대에 와서 생겨난 규칙인데 여기서 저자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복식의 남자들은 여자들의 옷을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한 게 아닐까라고 말한다. 화려하긴 했지만 하나의 굴레와도 같았던 조선의 패션. 이를 발전시켜오며 조선시대의 여자들은 옷을 과장시키기도 하고 머리에 잔뜩 힘을 주기도 장신구를 주렁주렁 매달기도 했다. 체제 안에서 나름의 발전을 해온 셈인데 여기서 제일 인상깊었던 게 장옷이었다.
원래 남자의 옷이었던 '장옷'을 여성들이 패션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며 사대부 남성들이 개탄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여자들은 장옷을 쓰개치마처럼 쓰는 형식으로 사용하며 일종의 남성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그 밖에 19세기 들어 저고리 길이가 극도로 짧아지자 만들어진 가슴가리개, 즉 치마말기는 젖가슴을 납작하게 압박할수록 미덕이라는 사회관념아래 발육이 덜 되고 약한 소녀들이 가슴을 꽁꽁 싸매 호흡이 가빠 자주 쓰러지기도 했었다고 한다. 이런 부분들을 보면 서양의 패션 잔혹사와 별다를 게 없어보였다. 가체의 일 또한 마찬가지였고 걷기도 힘들어보이는 의복을 만들어내서 입고다니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한복에서 느껴지는 멋과 아름다움은 매력적이다. 한복이라 해서 의복만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댕기, 떨잠, 뒤꽂이, 버선, 화장, 신발, 보자기, 조각보, 매듭, 주머니 등등 한복에 관련된 많은 것들을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그만큼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있어서 조선시대 의복에 관해 알고 싶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외에 세계적으로 아름다움이 알려지고 있는 한복의 매력을 마음껏 감상하고 배울 수도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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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