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통천의 어느 마을, 그곳에는 덕무네 가족이 살고 있었다. 아내를 폐병으로 잃은 뒤 덕무는 딸인 영실, 아들인 영득과 함께 무탈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영실 또한 아내처럼 폐병에 걸려 오래지 않아 죽을 날을 기다려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숨을 가쁘게 쉬고 기침하며 피를 토하던 영실을 꼭 살리고자 했던 덕무. 그런 덕무에게 마을의 공 영감이 찾아와 정체모를 기름을 영실에게 먹인다.
거짓말처럼 병세가 호전되는 모습을 본 덕무는 공 영감에게 기름의 정체를 묻고, 공 영감은 조상 대대로 전해내려온 '어유'이며 지금은 더 구할 수 없다라는 말을 한다. 절박한 심정에 공 염감이 무슨말을 하든 다 따르겠단 심정으로 매달린 덕무는 결국 공 영감이 건네준 어유의 정체가 바로 인어를 고아 만든 인어 기름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렇게 불로불사, 상처를 치유하고 천년을 살게 해준다는 인어 기름을 구하기 위해 덕무는 바위투성이 섬인 흑암도로 향한다.
사람을 닮은 모습에 감정표현도 가능하고 말도 통하는 생명이 있다면? 그런 생명을 죽여서 먹어야만 살 수 있다면? 그런 의문에서 출발한 소설 같았다. 인간의 욕망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또 인간은 욕망에게 어디까지 먹힐 수 있는지 많은 생각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차인표 배우님이 쓴 소설이라고 해서 궁금했다기보다 그 욕망이 어디까지 향할지가 궁금해 읽어보게 된 소설이었다. 다 읽고보니 생각보다 더 재밌게 잘 봤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다.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는 장면들은 무겁게 다가오기도 했고, 그만큼 사실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인어를 보고 욕망에 눈이 먼 공 영감,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움직이지만 딸아이의 말에 흔들리는 덕무, 순리대로 살 것임을 말하며 한사코 인어기름을 거부하는 영실과 누나와 함께 인어를 돌보며 이름도 붙여주었던 영득. 소설을 보면서 역시 아이들이라 더 순수하게 인어를 볼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했었다. 독자의 입장에선 중간중간 조금 더 풍부하게 이야기를 풀어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워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읽고난 뒤 질척하게 붙은 욕망의 그림자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