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오디오스토리 어워즈 수상 작품집 '온 세상의 세이지'. 오디오스토리 어워즈이기 때문에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으로도 들어볼 수 있는 소설들이었다. 총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SF소설들은 각각의 독특한 세계를 품고 있었다. 가상현실, 우주, 뭐라 말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장소를 끌어와서 펼치는 이야기들은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기도 했다. 원래 SF물을 잘 읽지 않다가 이제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것도 같다.
6개의 단편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대상작이라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온 세상의 세이지'. 여기서 세이지는 주인공의 남자친구로 가상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인물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세계가 충돌하고 결국 이별을 맞은 뒤 시간이 지나 가상세계에서 재회하는 이야기였는데 주인공인 사현이 덤덤한데 비해 세이지의 캐릭터가 톡톡 튀어서 상반되는 점도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이 단편을 제일 재밌게 봐서인지 마지막까지 책을 다 봐도 세이지 쪽의 분위기가 좋았구나 싶었다.
두 번째로 이어지는 소설부터는 전부 우수상인 작품들로 우주에서 오랜 시간이 걸려 전송되어온 메시지를 매개로 이야기하는 소설 '사랑의 블랙홀.mov', 환상적인 배경을 깔아두고 지구라는 인물을 내세워 이야기하던 '지구의 지구', 시간의 흐름을 끌어와 이야기를 들려주던 '데드, 스투키', 묵직한 분위기에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던 '오래된 미래', 사람의 기억을 저장하는 장례를 치른다는 저장장을 소재로 반전있는 이야기를 하던 '저장'이 있었다.
솔직히 유난히 잘 읽히지 않는 소설도 있었고, 난해한 소설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만큼 각각의 개성이 뚜렷했던 것이려니 한다. SF소설이니만큼 다양한 소재들을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고, 미래의 어떤 일부분에 관한 상상력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초반부에 있었던 소설들은 사랑이라는 감성을 버무려두어 무겁게만은 보지 않았지만 뒤로 갈수록 무거워지는 주제를 보니 의도한 것인가 싶기도 했다. 조금 더 편하게 읽고 싶다면 소설의 앞부분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오디오북으로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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