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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님의 서재
  • 펠루시다 1
  •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 7,650원 (10%420)
  • 2014-06-10
  • : 154

펠루시다. 생소하기 그지없는 단어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과 표지에 그려진 그림을 보았을 때 나는 단순한 sf라기 보다는 옛날 동화를 보는 느낌을 받았다. 첫 장을 펼쳐들어, 이 펠루시다의 본 주인공인 데이비드 이네스가 아닌, 그를 도왔던 이가 서술하는 일인칭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읽을 때만 해도 별 생각 없었다.

 

데이비드 이네스, 그리고 페리. 데이비드의 펠루시다와의 연결고리는, 어쩌면 그가 19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그 나이에 가지기 어려운 부유한 광산의 유산을 물려받았을 때부터인지도 모른다. 19살의 데이비드가 다른 사람들은 반기지 않는 페리 노인과 친해지고, 그가 세운 가설을 보고 그를 지원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데이비드는 페리와 함께 그 어떤 단단한 지각층을 가진 땅이라 하더라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탐사선 ‘쇠두더지’를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타고 땅으로 파고들어 미지의 세계- 땅 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희망찬 시작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그들에게 있어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했다.

 

탐사선 내부의 기압, 온도 차이 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견딜 수 없이 추워졌다가, 더워지기를 반복하다가, 가까스로 겨우 본디 온도를 유지하나 싶더니 다시 반복하고. 끝내 기계마저 멈춰버린다. 무엇보다 기계 내부의 유일한 생명 줄이었던, 산소가 모자란 상황까지 닥쳐오자, 데이비드와 페리는 결국 희망의 끊을 놓는다. 마지막 숨을 포기한 순간, 데이비드는 자신의 폐 속에 스미는 신선한 공기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 먼저 정신을 잃고 쓰러진 페리를 깨워 둘이서 함께 쇠두더지에서 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데이비드와 페리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해가 저물지 않는 세계-,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세계, 기원전의 원시림이라고 해도 무방한- 여러 종족과 괴물이 공존하는 세계, 펠루시다에 발을 들여 놓는다.

 

펠루시다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데이비드와 페리는 펠루시다의 자연 생태계에 감탄한다. 데이비드는 그것이 페리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그가 살아왔던 20세기의 세계에는 결코 볼 수 없는 드넓은 하늘, 대지, 풍요로운 나무, 이름 모를, 혹은 아주 오래전의 것이라 알려졌던 것들이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경배에 가까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나는 자연에 대한 데이비드의 묘사뿐만 아니라 페리와의 대화를 통해서 펠루시다의 생태계뿐만 아니라 이 글을 쓴 작가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뭐, 이건 크게 짚고 넘어갈 것이 아니니 다음으로 넘어가서.

 

펠루시다의 광활한 땅 중에 어디에 떨어졌는지도 모른 채로, 인근 주변을 수색하려던 데이비드와 페리의 앞에 난생 처음보는 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 뿐만 아니라 생태계마저도 그들에게 생소한 것이고, 무엇보다 괴물의 ‘괴’도 찾아보기 어려운 현대에 살았던 데이비드와 페리는 잔뜩 겁을 먹고 자신을 죽이려는 괴물로부터 도망친다. 그것이 최초의, 데이비드와 페리의 펠루시다의 생물과의 만남. 이후 데이비드와 페리는 펠루시다에 서식하는 파충류, 포유류 등의 종족과 더불어, 자신의 세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었던, 현 인간과 똑같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노예’로 살아가는 인간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도, 곧 그들과 같이 노예로 끌려가고, 그곳의 생활을 통해서 데이비드와 페리는 큰 결심을 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나는 펠루시다를 읽으면서, 솔직하게 말해서 데이비드라는 인물에게 완전히 공감을 할 수 없었다. 데이비드는 돌칼이나 가까스로 만들어 쓰는 원시인들과 다름없는 문명을 가지고 있는 세계에 탄식하고, 더불어 인간이 개개인의 명예 없이 노예로 전락한 것을 보고 불만을 가진다.

 

물론 이종족들이 인간들에게 가하는 모든 행동들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펠루시다의 ‘법칙’ 아닌가. 오랜 세월을 걸쳐 이어졌을 문화가 아니던가. 데이비드는 핍박받는 인간들을 계몽시키고, 더불어 소수 부족끼리의 연합을 만들어 인간들을 통합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현대의 지식들을 부족들에 보급하여 이종족들이 더는 인간들을 괴롭힐 수 없도록 만든다. 맞서 싸울 힘을 준 것이다. 이런 데이비드의 행동은 그의 신념을 통틀어본다면 나쁘지 않고, 그 적정선 또한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후에, 그가 쇠두더지로 다시 본디 살던 세계로 돌아가 가지고 오는 물질문명들을 통해 펠루시다의 세계에 현대와 같은 분란을 만들 계기를 제공한 것을 보면, 그다지 달갑지 않다. 데이비드는 과연 정의로운 것일까, 아니면 이기주의인 것일까.

 

나는 펠루시다를 읽는 내내 그 의문을 가졌다. 그가 내세우는 정의는 인간에게 이로운 것이며 광활한 땅, 펠루시다에 다툼없이 온전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의이기도 하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그 과정에서 너무나도 많은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겠으나 읽는 독자라면 충분히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인간’과 ‘이종족’에 대한 차별이 은근히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첫 번째로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 그가 노예의 신분으로 마하족에게서 벗어날 때 드러난다. 그는 엄연한 그 세계의 주민인 마하족을 죽이는데 일말의 죄책감도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는 후반으로 갈수록 드러나는데, 이건 펠루시다를 읽게 될 독자분들이 읽어보시면 알 것이다.

 

 어찌됐건 그의 정의는 분명 미개한 문명을 이어가고 있는 펠루시다의 세계에서는 더없이 꿀과 같은 것이지만, 그것이 인간에게 국한되어있지 않나,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확실히 결과적으로 데이비드의 모든 행동은 ‘당장의 평화’와 ‘발전’을 가져왔다. 이 펠루시다가 7권까지 나온 시리즈물이라, 아직 1,2권만 읽은 상태에서 확언하기 민망하지만, 분명 후에 펠루시다의 세계에서는, 데이비드가 가져온 물질문명으로 인한 혼란한 시기가 도래하지 않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펠루시다는 확실히 스토리, 구성, 내용 면에 있어서 뛰어나다. 타잔의 작가가 쓴 소설인지라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기본적인 상상을 가뿐히 뛰어넘는 세밀한 구성이 래니 리븐의 sf 작품들의 세계관과 견줄 정도고, 무엇보다 술술 읽힌다. 그리고 데이비드와 페리가 처한 상황에서 독자 몰입도 상당히 잘 되는 편이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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