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마포 김 사장 서재
  • I
  • 미치오 슈스케
  • 16,920원 (10%940)
  • 2026-06-30
  • : 4,850

작가 미치오 슈스케는 몇 년 전, 얽히고설킨 사건의 진상이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하는 사진 한 장에 의해 완전히 뒤바뀐다는 설정의 소설집을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체험형 미스터리’의 시초가 된 작품이지요. 그 직후에는 본문을 다 읽은 뒤 마지막 페이지의 QR코드를 찍어 어떤 소리를 들음으로써 이야기를 완성하는 형식의 소설을 발표했어요. 소리를 이용하여 소설의 영역을 확장한 것입니다.

 


『N』이라는 제목의, 전부 6장으로 구성된 장편이지만 어느 장부터 읽기 시작할지, 다음은 어느 장으로 넘어갈지, 어느 장으로 끝마칠지 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작품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요. 왜, 그는 이런 시도를 거듭하는 걸까요. 어느 인터뷰에서 미치오 슈스케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소설을 읽는 사람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까 평범한 소설로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 같은 라이벌과 싸우려면 소설이 더 재미있어져야 하지 않을까, 어느 업계든 일단 고객이 줄어들면 상품을 개량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책에 대해서만은 책을 안 읽게 된 사람들이 나쁘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풍조가 있어서 더 책을 읽어야 한다고들 말하는데 그건 아니지 않나. 더 재미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독자들이 오지 않을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살짝 감탄했습니다. 확실히 미치오 슈스케는 책이 아니면 구현하기 힘든, 책이라는 형태를 통해서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로 독서를 읽는 행위를 넘어서는 체험으로 확장시켰지요. 때문에 “그동안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이들도 호기심을 느끼고 책을 구매”한 것일 테고요.

 


『I』는 소설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저 같은 경우 뒤에서부터 읽고, 다시 앞에서부터 읽고, 다시 뒤에서부터 읽고, 네 번째로 다시 앞에서부터 읽고 났더니 비로소 복선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책을 만들며 ‘어쩔 수 없이’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편집자로서, 재독할 때마다 새로운 단서를 발견할 수 있는 텍스트를 만나면 정말 반갑거든요.

 


제목은 I am의 I에서 따왔다고 해요. 위아래를 뒤집어도 같은 형태가 되는 알파벳인데, 본문 첫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됩니다.

읽는 순서는 자유지만,

그 선택에 따라 결말은 크게 달라집니다.

 

​어떤 장을 먼저 읽으면

두 주인공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습니다.

다른 장을 먼저 읽으면 그들(그녀들)은 살아남습니다.

 

​죽일 것인가 살릴 것인가.

당신의 선택이 누군가의 생사를 결정합니다.

낙장불입,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일본 놀러 갔다가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죽일 것인가, 살릴 것인가. 독자의 선택이 결말을 바꾼다”라는 원서 띠지를 보자마자 계약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본문은 한 글자도 달라지지 않지만, 읽는 순서에 따라 주인공의 생사가 달라지다니 책을 편집하면서, 아아 소설로 이런 걸 할 생각을 잘도 했구나, 작가가 '또라이' 맞네 싶었습니다.



 



​내용이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책의 말미에 제법 긴 편집자 후기를 끼적여 두었습니다. 끝까지 전부 읽었는데도 이해가 안 간다는 대목이 궁금해졌을 때 이 후기를, 제갈량이 위급할 때 열어보라고 했던 비단주머니처럼 써먹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이 책은 일부가 거꾸로 인쇄돼 있지만 파본이 아니니까 반품하지 말아주시길.

 

마포 김 사장 드림.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