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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김 사장 서재
  • 귀신 저택
  • 미야베 미유키
  • 17,820원 (10%990)
  • 2025-06-20
  • : 9,383


최근 몇 년 사이에 미야베 미유키 작가가 집중해서 쓰고 있는 작품은 미시마야 시리즈와 기타기타 시리즈입니다. 둘 다 라이프워크(필생의 사업)라 공언했고 반드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지요. 두 시리즈는 차이가 명확한데 미시마야는 괴이가 중심이고, 기타기타는 사건이 중심이라서 미시마야에는 귀신이 나오지만 기타기타에는 실제로 귀신이 등장하진 않아요.


그렇다면 미시마야 시리즈를 완결하기 전에 기타기타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는, 현대 미스터리를 쓰지 않는 대신 시대물에서 현대 미스터리적인, 가령 법의학적 지식이 들어간다거나 하는 식으로 리얼리티가 있는 시대물을 쓰고 싶어서가 아닐까 짐작했는데, 이번 작품 『귀신 저택』을 보면 아무래도 맞는 듯합니다.


오래전부터 작가는 포물첩(일본 시대물의 주류 장르 가운데 하나이며 주로 에도를 무대로 한 탐정소설)을 쓰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포물첩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겠죠. 고민 끝에 차별화한 지점은 어엿한 어른 탐정(오캇피키) 대신 열여섯 살가량의 젊은이 기타이치를 주인공으로 삼는 것이었습니다.


낯설지 않은 광경이죠. 기타이치를 보면 어쩐지 스기무라 사부로가 떠오르지 않나요. 작가가 유일하게 만든 탐정 스기무라도 기존의 탐정물과 달라야 한다는 고민 끝에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탐정으로서 뛰어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지만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력이 강해서 여성들로부터 사랑받는 인물이죠. 전부 기타이치에게도 해당되는 특징입니다.


부모는 물론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기타이치는 오캇피키인 센키치 대장 덕분에 겨우 살아가는 처지로 본업이 문고 판매상이지요. 문고란 ‘책’이 아니라 ‘책을 넣어 보관하는 상자’를 뜻하는데, 작가가 일본인들에게도 낯선 문고 판매상을 주인공의 직업으로 삼은 이유도 차별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캇피키들은 탐정 일이라는 본업 외에 먹고살기 위한 방편으로 다양한 부업에 종사했는데 기존의 포물첩에서는 문고 판매를 부업으로 삼은 사례가 전혀 없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작가가 택한 문고판매상으로 기타이치는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한데 그를 보살펴주던 센키치 대장이 복어 독에 중독되어 목숨을 잃으면서 오캇피키 견습으로서의 걸음을 내딛게 되지요.


초보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에게 그를 백업해 줄 대형 탐정사무소 ‘오피스 가키가라’와 인터넷의 마법사 기다 같은 이들이 있었던 것처럼, 견습 오캇피키인 기타이치 주위에도 그를 돕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포창에 걸려 눈이 먼 대신 귀가 좋고 추리력이 뛰어나며 책을 잔뜩 읽어서 박식하기까지 한 마쓰바, 한 번 보고 들은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는 법이 없는 천재적 암기력의 소유자 짱구, 탁월한 법의학적 능력과 집요한 수사력으로 요리키라는 대단한 지위에까지 올랐지만 ‘곤란한 일이 있을 땐 내 이름을 대도 좋다’며 뒷배를 자처한 구리야마,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은 그 정체가 철저히 베일에 싸인 기타지. 이들 덕분에 기타이치는 제대로 된 오캇피키로 성장해 갑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기타이치는 여성 연쇄 유괴 사건과 맞닥뜨리게 되지요. 저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교정을 보는 동안 여러 번 한숨을 쉬며 어째서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 궁금했는데. 마침 북스피어 창립 20주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야매 장르문학 소식지 <Le Zirasi 15호 20주년 특대호>)에서 미야베 미유키 작가를 직접 만나 물어보았더니,


“여성이 밤에 혼자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로서 도쿄는 늘 안전한 곳이었는데 최근 그렇지 않은 사건도 일어나서 무섭다고 느낀 제 마음이 나타난 것이겠죠. 에도 시대에는 지금보다도 통행이 엄격했기 때문에 치안은 좋았던 모양이지만 여자나 어린이는 약하기 때문에 간단히 납치당하거나 폭력의 대상이 되거나 했어요. 그걸 제대로 쓰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싶어서 썼습니다.”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무서운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만 ‘그 무서움’의 맥락에 대해서는 <Le Zirasi 20주년 특대호>에 실린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인터뷰 전문을 읽어봐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가급적 『귀신 저택』의 읽기를 마치고 나서 인터뷰를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마포 김 사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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