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드는 사람들과 해외여행을 가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서점입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한다는
속담도 있는데 대충 비슷합니다.
미리 정해 놓은 것도 아니고
딱히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건만
책방이 보이면 들어가 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지난해 겨울에도 편집자 몇 명이
함께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맞닥뜨린
서점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각자 구경한 뒤에 입구에서 만나죠.”
그렇게 약속하고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지요.
저는 곧장 소설이 진열된 층으로 향했습니다.
거기서 한 시간쯤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다가
돌아가려는데 은행나무 편집자가 보이더군요.
진열대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뭘까.
궁금해서 다가가 보니
커다란 POP에 적힌 문장이 눈에 확 띄더군요.
“대체할 수 없는 독서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괴작!
사건은 같지만, 전개되는 추리는 전혀 다르다.”
어라? 추리소설인가요? 특이해 보이네요.
그쵸? 저도 흥미로워서 한참 보고 있었어요.
이 책을 쓴 작가가 도쿄대 공대 출신인데
'추리소설은, 가설이 있고 그걸 검증하는
이공계 논문이랑 같아서 쉽게 썼다'고 합니다.
어느 날 두 군데 매체에서 동시에 청탁이 들어오자
'서로 연동할 수 있는 작품을 쓰겠다.'
같은 사건이지만 각각 다른 추리가 전개되는
소설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더군요.
“이거 은행나무랑 북스피어랑
한 권씩 내면 재밌겠는데요?”
“오, 일단 판권이 팔렸는지 알아볼까요?”
“그럼 저는 믿을 만한 번역가에게 맡겨서
내용을 검토해 볼게요.”
다행히 판권은 살아 있었고
두 출판사에서 각각 시간을 들여
검토를 마친 이후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어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형제편)은 은행나무 출판사,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자매편)은 북스피어 출판사
에서 각각, 함께 출간하게 되었다는 사연입니다.
두 권의 책을 번갈아 읽는다는 새로운 추리소설을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마포 김 사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