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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미국 댈러스에서 태어난 신카와 호타테는 자타가 공인하는 ‘공부벌레’였습니다. 활자를 읽는 걸 좋아해서 늘 책을 끼고 다녔다네요. 고교에 진학할 무렵에는 나쓰메 소세키를 읽고 어떻게 하면 소설가가 될 수 있을지 알아봤던 모양이에요. 그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소설가는 먹고살기 힘든 직업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소설가가 된다’는 길은 정해져 있었어요. 하지만 먹고살기가 어렵잖아요. 소설가가 되려면 우선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국가 자격증을 가진 전문직 종사자가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 작가로 생활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법대에 들어갔습니다. 법 공부를 하고 싶었다거나 이렇다 할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국가 자격증을 가진 전문직 종사자, 즉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전략적인 판단’ 때문이었지요. 그리고 24살에, 정말로 덜컥 사법고시를 패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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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로펌에 취직한 후에는 일명 ‘야마무라 교실’에 등록하고 열심히 강의를 들었습니다. 소설 창작을 가르쳐주는 곳은 널렸는데 왜 하필 야마무라 교실이었을까. 미야베 미유키 작가가 이곳에서 강의를 듣고 데뷔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미야베 선생님을 신으로 추앙하는 종교의 구도자거든요. 예전에 누가 ‘미야베 작가가 목표야?’라고 물었는데 목표라니 말도 안 돼요. 어떻게든 치열하게 연구하고 공부해서 그 길을 따라가 보자고 생각할 뿐이지요."
『공정의 파수꾼』을 검토하고 계약한 이후에도 몰랐던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작품에 끌렸는지도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미야베는 미야베이고 자신은 자신. 자, 그럼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쓸까. 아마도 그런 고민을 했을 게 분명한 신카와의 다음 목표는 문학상 수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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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신춘문예에 당선되거나 유명한 문학상을 받아 등단하는 것이 신인작가로서 입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편이잖아요. 변호사 일을 하면서 여러 작품을 썼지만 1차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신카와는 문학상 수상작을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연구대상으로 삼은 문학상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에 대항해서 만들어진 이 상은 기성 작가보다는 경력이 일천한 작가들의 작품을 우선 눈여겨본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초짜였던 신카와로서는 마침맞겠다고 여겼을 겁니다.
신카와 작가는 자신이 연구한 결과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공략법’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공개했는데, 이게 또 재밌습니다. 궁금해할 분들이 계실 듯해서 『공정의 파수꾼』 편집자 후기에 자세히 적어 두었으니 필요하신 형제자매님은 읽고 써먹으셔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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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얘기한 걸로 기억합니다. 아쿠타가와 상이라는 것은 어차피 일개 출판사가 주관하는 (상업적 목적의) 상일 뿐이라고. 레이먼드 챈들러도 노벨 문학상에 대해 비슷한 말을 했지요. 이 상에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면 단연코 아니라고.
대부분의 작가들이 작품이 먼저고 문학상은 그다음, 즉 문학상을 노리고 글을 쓴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라는 식으로 얘기해 왔습니다. 문학상 공략법이라니, 자칫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는 짓인데. 이 어려운 걸 신카와 작가가 해내네요.
저 역시 몇몇 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신카와 작가가 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공략법’은 그야말로 어떤 문학상에든 적용하여 써먹어도 됩니다. 감히 장담할 수 있어요. 이 다섯 가지를 지킬 수 있다면 반드시 당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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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자신이 연구한 방법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상금 1억 2천만원)을 수상한 신카와 호타테가 그 반증이겠죠. 그(녀)는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이어서 발표한 『공정의 파수꾼』은 후지TV 역사상 처음으로 동일 원작자의 소설을 2분기 연속 드라마화하여 화제가 됩니다.
이제 3년차 작가로서 이룬 성취가 놀라울 정도인데, 현재 변호사 일을 때려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이 쓸 수 있는 내용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문장으로 쓰는 것, 이라는 신카와 호타테. 그(녀)가 미야베 미유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대가의 반열에 오르는 순간을 목도할 수 있기를. 멀리서나마 바라봅니다.
소설만큼이나 굉장했던 작가의 이력에 감탄한,
마포 김 사장 드림.
덧)
『공정의 파수꾼』에는 <모든 에너지를 소설에 쏟기 위해 신카와 호타테가 세운 5가지 규칙> 등의 내용이 포함된 긴 버전이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