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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N』은 ‘읽는 사람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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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6장으로 구성된 장편이지만 어느 장부터 읽기 시작할지, 다음은 어느 장으로 넘어갈지, 어느 장으로 끝마칠지 독자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해피엔딩이 될 수도 새드엔딩이 될 수도 있는 ‘체험형 소설’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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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뭐야, 귀찮게 그걸 왜 내가 선택해. 그냥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을래’라는 분들이 틀림없이 있겠죠? 그럴 줄 알고 장과 장의 물리적 연결을 끊기 위해 이야기를 상하 거꾸로 인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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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 소설의 1장, 3장, 5장은 완전히 뒤집혀 있어요. 똑바로 읽어도 N, 거꾸로 읽어도 N, 그래서 제목이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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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를 전혀 못하는 영어강사, 마법의 코를 가진 개, 떨어지지 않는 마구를 던지기 위해 연습하는 투수, 행방불명된 개와 고양이를 기가 막히게 찾는 펫 탐정 등이 등장하여 각각 독립된 미스터리가 전개되지만 전체가 다 연결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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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관절 작가는 왜 이런 소설을 썼느냐.
“소설을 읽는 사람도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까 평범한 소설로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넷플릭스 같은 라이벌과 싸우려면 소설이 더 재미있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어느 업계든 일단 고객이 줄어들면 상품의 개량을 합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책에 대해서만은 책을 안 읽게 된 사람들이 나쁘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풍조가 있어서 더 책을 읽어야 한다고들 말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 재미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독자들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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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 끝에 쓴 소설이라니,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그 마음가짐에, 신묘막측한 아이디어에, 촘촘히 연결된 이야기에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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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은 독서에 ‘게임적=메타 이야기적’ 구조를 도입하여 읽는 방법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도록 한 (거의) 세계 최초의 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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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한 권 값으로 여러 권을 읽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소설을 탈고한 후 미치오 슈스케 작가는 다음과 같은 당부를 남겼습니다.
“여섯 장이 눈앞에 줄을 섰을 때 어느 것부터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가 되는 소설이니까 독자 여러분들은 한 번 읽고, 잊어버렸을 무렵에 다른 순서로 읽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읽을 때마다 틀림없이 다른 감상을 가지게 될 테니까요. 돈을 냈으면 최대한 즐기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어떤 식으로 읽든지 책값은 변하지 않는데 같은 금액으로 몇 번이나 즐길 수 있다면, 저자로서는 그보다 기쁜 일이 없을 듯합니다.”
오랜만에 북스피어와 잘 어울리는 색깔의 책을 만들어서 기쁜,
삼송 김 사장 드림.
덧) 어제 신간을 들고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담당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뭐였느냐면, “와, 거꾸로 인쇄돼 있어서 신기하긴 한데 반품도 많이 들어오겠어요.” 절대 인쇄사고 아닙니다. 그러니까 반품하지 말아주세요,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