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싸움이 유일한 재능이자 취미인 여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젊고 예쁠수록 물건처럼 값이 매겨지는 세상이 싫어서 나이가 드는 시술을 받았다는 소녀, 돈도 지위도 있는 남자들의 실상을 까발려 글로 쓰기 위해 풍속업소에 취직했다는 아가씨, 섹스가 취미여서 모임을 만들었다는 ‘헤픈 여자’들의 리얼한 목소리를 끌어올려 시스터후드(여성끼리의 연대)를 관철한 소설을 발표해 온 작가 오타니 아키라는 하드한 전개에 ‘심장 떨리는 바이올런스 장편’ 『바바야가의 밤―각성하는 시스터후드』를 완성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신도 요리코는 지금껏 출간된 일본 소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이에요. 왜 이런 캐릭터를 선보였을까. 출간 직후 작가는 《허핑턴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랫동안 해 왔던 구상임을 밝히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범죄물의 여성 캐릭터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지요. 현실의 세계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픽션의 세계에서조차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러한 상황을 뒤집는 작품이 존재해도 좋지 않을까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전투 미소녀가 등장하는 픽션과 다른, 내가 독자라면 읽고 싶은 리얼한 이야기를 쓰자고 생각한 것이 『바바야가의 밤』이에요.”
성폭행, 강제추행, 스토킹 등이 강력범죄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피해자 10명 중 9.3명이 여성이라는 통계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가해자가 돈이나 원한이 아니라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때리거나 죽이는 사건이 갈수록 눈에 띈다는 점에서 이를 결핍의 반작용이라고 해석해도 좋지 않을까요.
분노 조절 장애는 무슨. 상대가 마동석 씨였다면 폭력을 행사하기는커녕 말 한마디 못 붙였을 거면서 말이죠. 때문에 피지컬도 멘탈도 강한 여성, 게다가 싸우기 위한 동기가 내면에서 솟아나는 여성을 그리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익스큐즈가 필요합니다. 남편이나 아이가 죽었다고 하는 ‘싸워야 할 이유’가 반드시 붙어 있지요. 혹은 원더우먼처럼 신화적인 최강 미녀전사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이라든지. 이상하지 않습니까. 남성 캐릭터는 그렇지 않아도 허용되는데 여성이 힘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세상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일일이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된다니……. 그런 것은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가슴보다 갈라진 복근에 눈이 가는 육체를 가진 ‘싸움의 신’과 같은 주인공이 쓸데없이 시비 거는 남자들을 패고 또 패고 여자를 강간하려는 남자를 패고 또 패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통쾌무쌍하다고 할까, 읽고 있으면 팔굽혀펴기 같은 걸 하고 싶어지는 소설이라고 할까. 제 여자친구는 (교정지로) 읽고 나서 주짓수를 배우기로 결심했다던데. 하여간 재미있습니다. 정말이에요. 읽었는데 별로였다 싶으면 저를 마구 줘패셔도 무방합니다. 소설의 반전에 관해서는 편집자 후기에 적어 두었으니 꼭 본문을 다 읽고 거들떠봐 주시길.
삼송 김 사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