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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김 사장 서재
  • 일몰의 저편
  • 기리노 나쓰오
  • 14,220원 (10%790)
  • 2021-09-30
  • :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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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성애소설을 써오던 작가가 어느 날 갑자기 문예윤리위원회라는 국가기관에 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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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의 이유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소설을 쓰는 작가를 처벌해 달라는 독자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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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관절 문예윤리위원회의 요구는 무엇인가. “음란, 폭력, 범죄, 체제 비판, 이런 것들은 앞으로 쓰면 안 됩니다. 작가들은 마음이 맑아지는 이야기, 아름다운 이야기만 쓰겠다고 맹세해야 이곳에서 나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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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는 작가에게는 밥과 달랑 김치 하나뿐인 형편없는 식사가 지급되지만 위원회가 원하는 글을 쓰면 처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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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기리노 나쓰오가 <일몰의 저편>을 통해 집요하게 던지고 있는 질문은 ‘소설이 올바르고 올바르지 않다는 판단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하는가’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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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맥락을 무시한 채 소설 속 등장인물의 입에서 나온 대사 하나만을 떼어내 “이건 여성 차별”, “저건 남성 혐오”라며 마치 작가가 실제로 여성을 차별하고 남성을 혐오한다는 식으로 트집을 잡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이런 분위기에서는, 어떤 건 쓰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작가들에게 내면화될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생겨 집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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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흐름을 아무런 검증 없이 ‘논란’이라고 부추기는 미디어의 문제까지 포함하여 맹목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갈 ‘일본의 가까운 미래’를 형상화하며 작가 특유의 싸움꾼다운 면모를 보여주는데, 하여간 좀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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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같이 절망을 맛봅시다’라는 듯한 결말 역시 기리노 나쓰오다웠다고 사료되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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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기리노 나쓰오 작가의 <아웃>을 읽었을 때 저는 그 어두운 스토리와 음습한 묘사에 기겁할 정도로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후로 이 작가의 작품은 모조리 읽었어요. 그러는 동안 한 번쯤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는데 운 좋게 <일몰의 저편>을 계약할 수 있었고 이번 작품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책 말미에 편집자 후기도 길게 써봤습니다. 시간 나실 때 슬슬 거들떠봐 주시길.


10

이상, <일몰의 저편> 간단정리, 였습니다.


서울을 떠나 새 사옥(?)의 첫 책이 기리노 나쓰오 작가여서 기쁜, 

마포 김 사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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