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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님님의 서재
  • 대전환
  •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 16,200원 (10%900)
  • 2025-07-28
  • : 2,742
대전환 - SF라는 이름의 미궁, 그리고 관념의 붕괴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나는, 고등학교 시절 가슴을 뛰게 했던 피터 위어 감독, 러셀 크로우 주연의 영화 마스터 앤 커맨더를 떠올렸다. 19세기 초, 거친 바다 위를 항해하는 선원들의 숨결 같은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몇 장을 넘기자, 그것은 남극의 얼음벽을 뚫고 나아가는 아무센의 탐험처럼 변모했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에서 나는 우주로 던져졌다. 인터스텔라처럼 인류가 처음 발을 디딜 미지의 행성에 도착한 듯했고, 잠시 후에는 기묘한 이야기나 매트릭스 속에서나 볼 법한, 현실 바깥의 괴이한 존재와 맞닥뜨린 인류의 절박한 사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쯤 되면 하나의 의문이 고개를 든다. 이건 시간 루프 이야기인가? 엣지 오브 투모로우나 소스 코드처럼, 죽음을 반복하며 점점 진실에 가까워지는 구조일까? 그러나 이 모든 비교는 결국 무력해진다. 내가 영화로 익숙하게 소비해 온 장르의 틀은, 이 책 앞에서 의미를 잃는다.

『대전환』(Eversion)은 말 그대로 '뒤집힘'이다. 주인공은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여러 겹의 세계를 지나야 하고, 그 문 하나하나는 시대와 장르를 완벽하게 재현한 작은 우주다. 독자는 매번 그 속임수에 빠지고, 속았다는 사실조차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

마침내 모든 장막이 걷히는 순간, 비로소 깨닫는다. 이것은 SF의 껍데기를 쓴 모험담이 아니라, SF라는 장르의 심장부로 뛰어드는 여정이었다는 것을. 책장을 덮고 나면, 나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죽음은 예정된 운명인가, 아니면 내가 만든 선택인가?

아니, 나는 정말 ‘살아 있는’ 존재였는가?

혹은 태어난 적조차 없는, 단지 설계된 패턴일 뿐인가?

평생 깊은 잠을 자지 못한 나에게, 이 책은 여러 번 ‘깨어남’을 강요했다. 때로는 짜증스럽고, 때로는 황홀하다. 꿈과 현실, 가상과 실재의 경계가 흐려지고, 내 안의 오래된 관념이 하나씩 부서진다.

『대전환』은 물리학 박사 학위가 없어도, 오히려 SF에 깊이 발을 들이지 않은 독자일수록 그 매혹을 온전히 맛볼 수 있다. 긴 400여 쪽을 통과한 뒤 남는 것은, 영화가 줄 수 없던 독서의 체험 — 마치 거대한 퍼즐을 맞춘 후, 완성된 그림이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었다는 깨달음이다.

문학 속 SF는 이렇게도 사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흔들림은, 앞으로 내가 맞이할 다른 이야기들에 대한 문을 활짝 열어준다.

#독서기록 #대전환 #엘러스테어레이놀즈 #푸른숲 #독서스타그램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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