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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경님의 서재

우영과 형수는 여전히 자신이 뭘 잘하는지 알 수 없다. 도무지 쓸모없어 보이는 인간인데 뭘 어쩌라는 건지 답답하기까지 하다. 그때 반장이 아주 쉬운 문제의 정답을 알려 주는 사람처럼무심하게 답한다.
"누군가를 웃게 만들었으면 그걸로 충분히 쓸모 있는 사람이된 거 아냐?"
형수가 반장을 바라보고, 반장은 고갯짓으로 한쪽을 가리킨다. 은재가 경기를 준비하며 몸을 풀고 있다. 내리쬐는 햇볕에 은재의 미소가 반짝인다.
누군가에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일을 하라고 한다면 그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대답할 것이다. 어떤 이는 감히엄두도 내지 못할 거고, 어떤 이는 내 인생도 힘든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느냐고 물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바꾸는 일이 그저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라고 하면 아무도 믿지않을 거다. 고개를 젓고 헛소리 말라며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토록 간단한 것이 인생의 비밀이다.
관심을 가질 것. 너무 쉬워서 아무도 믿지 못하겠지만, 그래서대부분이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나는 여전히 이 녀석들이 좋다. 스스로가 별 볼일 없다는 걸인정하는 순간부터 이 녀석들은 뭐든 할 수 있는 녀석들이 된거니까.
이 녀석들이 자신들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언제쯤 깨닫게 될지 모르지만, 결국엔 시간이 녀석들에게 진실을 알려 줄 거다.
이 바보야. 몰랐냐? 너희는 다 할 수 있다니까.
그때가 되면 두 녀석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껄껄 웃고 실없는 장난을 칠 거다.
그리고 뭐든지 해낼 것이다.
나는 녀석들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작게 속삭인다.
지금 행운이 다가오는 중이라고.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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