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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j1821님의 서재
  • 난치의 상상력
  • 안희제
  • 14,400원 (10%800)
  • 2020-08-10
  • : 1,037


<난치의 상상력>은 크론병을 앓는 저자가 자기 질병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출발해, 환자, 장애인 등 사회가 정한 '정상성'의 범주에 들지 못한 사람들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를 하나씩 짚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시야를 확장해간다. 기존의 장애인 권리 요구에서 그치지 않고,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선 사람'으로서 말할 수 있는 것들을 말한다. ("모든 감각의 접근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계속된다면 나중엔 '감각 통역사' 같은 직업이 생기지 않을까?"처럼 정확한 논지와 함께 명랑함도 잃지 않는 저자의 톤이 좋았다.)

 

결국 문제는 질병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이다. 모든 '비정상적' 몸들을 정상성으로 끌어다 놓으려 하는 사회가 문제라는 것을 이 책은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다. 건강중심주의를 고수했을 때 발생하는 소외받는 몸들을 외면하는 대신, '난치'를 세상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볼 것을 독자에게 권한다. 몸의 한계를 인식했을 때 분명 새롭게 열리는 삶의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위해 우리는 우리의 아픈 몸을 더욱 자주 말해야만 한다. 이야기 하지 않았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이 모이고 모일수록 고통은 줄어들고 행복은 늘어날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진부한 결론 같아 보이더라도 사실이다.

 



“통증을 가고 있는 사람들과 통증에 대한 지식은 모두의 이익을 위해 문화 속에 완전히 통합될 수 있다” (중략) 아픈 몸을 존중하는 문화에서만 모든 몸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다. (중략) 질병만이 아니라 임신처럼 행동이 제약되는 몸의 경험이라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51p.)

 

그런 세상에서 우리에게는 세상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먼저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의 몸을 거스르며 살길 요구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몸을 위해 사는 것은 그 자체로 혁명일 테니까. (275p.)

 

누군가를 존엄한 존재로 대우한다는 것은 그를 자기 인생의 저자(author)로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며, ‘우리가 차별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는 이유 역시 우리가 가진 고유성, 자기 삶을 직접 작성하는 저자성(authorship)이 침해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88p.)

 

하지만 이러한 한계는 타인을 나의 시각으로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 타인과 내가 같다는 착각을 깸으로써 우리에게 타인을 꿰뚫고 정복하는 방식이 아닌 “취약성과 고통에 대한 상호 이해에 근거한 윤리의 가능성이 주어질 수 있다.” 자기 자신과 상대방의 취약성과 고통을 인지하고 내가 거기에 충분히 닿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나는 나 홀로 설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온전히 의존해야 하는 것도 아닌 함꼐 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2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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