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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의 천재들
  • 빌 프랑수아
  • 19,800원 (10%1,100)
  • 2024-12-20
  • : 2,150
<바다의 천재들>은
저자 소개에 나온 것처럼
'수생 생물에 매료된 생물물리학자'가
바다 생물들의 생태를 연구, 분석하여
물리학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일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쓴 책이다.

이 책은 총 9가지 하위 영역으로 나뉘는데,
이는 '헤엄, 수중 환경, 경계면, 에너지, 빛의 존재,
온갖 종류의 색, 지각, 건축가, 불굴의 생명'으로
각각 테마에 맞는 신비한 생물의 세계를 담아낸다.
예를 들면 가장 첫 장인 '헤엄'은
바다 생물의 이동에 관한 장으로,
치어와 같이 아주 어린 개체가
물 속에서 이동을 한다는 것이
인간의 관점에서 봤을 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넓은 바다를 질주하는 원양 어류가 헤엄을 칠 때
이 어류에 작용하는 힘은 무엇인지,
물고기 떼가 무리를 짓는 움직임을
물질을 분석하는 것과 연구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단순히 하나의 생물의 행태를 기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각의 주제에 대해
저자가 독창적으로 연구한 내용을 들을 수 있어서
<바다의 천재들>을 읽으면서
'저자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바다의 천재들>이라는 제목을 보고
단순히 '물고기에 대한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 책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모든 생물에 대한 책이었다.
예를 들면, 지느러미발도요와 같은 생물도 다루는데,
지느러미발도요가 먹이를 찾아 먹는 방식은
비단 저자만 매료시킨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인 나까지 매료시켰다.
이 책에 따르면, 지느러미발도요는
자신의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모든 여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든다.
"지느러미발도요는
요각류를 찾아 물속으로 잠수하는 대신,
요각류를 자신에게 다가오게 만든다.
물 위에서 빙빙 도는 이유는 이 때문인데,
이를 통해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소용돌이가 물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면서
수면에 흡인력이 생겨 깊은 층의 물이 빨려 올라오며
그와 함께 귀중한 식량인 요각류도 함께 올라온다.
이제 물을 열심히 쪼아대면서
요각류를 삼키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지느러미발도요를
'천재'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요각류를 삼키는 방법때문이다.
물방울 안에 있는 요각류를 삼키고자 할 때,
뽀족한 부리를 가진 지느러미발도요는
물리학의 한계를 뛰어넘어야만 하는데,
부리는 빨대가 아니므로
물방울을 빨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리를 치켜들어
물방울이 저절로 내려가게 할 수도 없는데
이는 물방울이 미끄러져 내려가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힘은 물방울이 붙어 있는 어떤 표면이
완벽하게 깨끗하고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지느러미발도요의 천재성은
이러한 불리한 여건과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지느러미발도요는 물방울 안에 요각류를 먹기 위해
물방울을 껌처럼 씹는다.
물방울은 마치 부리 꼭대기와 바닥을 잇는 다리가 되는데,
부리를 적당히 닫아서 물방울이 움직이기에
가장 편리한 방향으로 짜부라지게 한다
이 때 가장 편리한 방향은 새의 목구멍 쪽이다.
또한 부리를 적당히 열어서
목구멍 가까운 곳에 있는 물방울 끝부분은 그대로 두고
반대편 끝부분을 움직이게 한다.
관건은 부리를 '적당히' 열고 닫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지느러미발도요는
물방울을 목구멍 쪽으로 가게 하고 결국엔 삼킨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 중 또 다른 이유는,
생물에 대한 Fun Fact가 곳곳에 포진하기 때문이다.
앨버트로스의 새끼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태어난 지 몇 주일 후에 비행에 나서는데
바다 위에서 몇 년을 배회하다
11월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오고,
그 이후부턴 매년 고향을 찾게 된다.
약 10년이 지나면 이제 짝을 찾는데
어른이 된 앨버트로스는 춤을 추며 반려자를 찾는다.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함께 춤을 추는 두 앨버트로스는
평생 함께할 짝이 되는데
매년 헤어져 각자 다시 바다로 여행을 떠나더라도
일 년에 한 번씩 같은 장소로 돌아와
수십 년 동안 충실한 관계를 이어나간다고 한다.

<바다의 천재들>을 읽으면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맞는가?
이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영장의 사전적 정의는
'영묘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
인간이 영묘한 힘을 가진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인간이 가진 힘이 제대로 발현되고 있는가,
인간만 살아남는 방향으로 힘이 발현된다면,
모두가 죽는 지름길로 가는 것인데,
이를 알면서도 끊임없이 잘못을 반복하는 인간은
정말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

기후 위기와 더불어
생물다양성에 대한 논의도 지속되고 있다.
지금도 생물다양성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생물다양성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강력하고 크기 때문에
전 인류가 함께 다루어야 하는 안건 우선순위로
결코 뒤쳐지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의 천재들>은
수생 생물의 천재성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해주는 책으로서,
생물다양성이 위협받고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특별히 많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fun fact 몇 가지만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었지만,
시간과 여건이 되는대로
수생 생물의 천재성을 아이들과 함께 살펴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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