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 발달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꽤 많다.
자폐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친구들, 인지발달의 장애를 안고 있는 친구들.. 겉으로는 별로 티가 나지 않지만, 나랑 다른 사람이라는것을 조금만 대화해보면 알 수가 있다.
그 친구들과 친구들의 부모님을 자주 만나도, 아주 표면적으로 짧은시간 만나는 것뿐이기때문에, 실제적으로 그 친구들의 삶의 단면을 훔쳐보고 조금 더 이해하게 된것같은 느낌이다.
성남이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수아를 보호해주고 위해주는 어린이 친구도 있고,
조금은 부담스러워하며, 보호자격인 영무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보호와 지도의 의무를 다하지않다가 뉘우치시는 담임선생님같은 분도 있고,
장애가 있음에도 손주의 실수를 부끄러워하고, 주변인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도록 설명하거나 하는 모습은 커녕, 대부분 자기의 안위를 더욱 중요시하는 것같은 무정한 가족의 모습도 보았다.
재능이나, 진로를 개발해주기 위해서 이사나, 다른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상황을 대변하고 설명해주며 무거운 어깨를 지닌 부모분들의 모습은 이미 주변에서 보아온 풍경이었지만 마음까지 들여다볼수 있었다.
장애라는 것은 나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간의 반복적이고 이론적인 사회적상황에 대한 공부를 시켯다 자부할 시간이 쌓였더라도, 장애가 있는 내 가족이 나와 떨어져있을때에 노심초사할수 밖에 없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조금 엿보았다. 그래서 반드시 믿을 만한 다른 이웃이나, 친구나, 선생님이나, 심지어 훨씬어린 조카라도 자기처럼 잘 대해주기를 바랄수 밖에 없고, 또 그 기대치에 못미치는 상황이 되었을 때는 배신을 당한것처럼 세상이 무너질듯 속상할때도 많을 수 밖에 없는 수아 엄마의 모습이 참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했다.
감명깊었던 부분.
친구들을 방해하고 싶어서 그러는게 아니야.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세계가 남들보다 더 크고 깊기 때문이야. 그 세계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게 남들보다 어려운 아이야. 그러니까 조금 참고 기다려 줘야 해.
아이를 전학보낸 학교에 조카에게 도움을 청하며-32p
고모는 영무를 야단치지 않았어요. 그저 슬픈눈으로 바라보다가 꼭 안아주었을 뿐이에요.
조카의 실수에 수아 엄마가 한 말 57p
관둬라. 뻐꾸기 같은 내가 무슨 자격으로 자식들 한테 밥을 얻어먹겠냐?
-중략- 영무도 미안할 때 그 마음을 표현하거나 사과하는게 멋쩍어서 화를 낼 때가 있거든요.
할아버지도 영무처럼 그런게 아닐까요?
젋었을 때를 회상하며, 아닌척하지만 반성섞인 할아버지의 뿔난 한마디와 영무의 멋진 해석 ㅠㅠㅋㅋㅋ137p
무조건 오냐오냐하는게 아니에요. 수아는 달팽이처럼 느리고 나비처럼 자유로운 아이에요. 수아가 자기 속도와 특성에 맞게 앞길을 찾아가도록 함께 노력하는 중이라고요.
언제까지 오냐오냐하고 끼고 돌며 키울거냐는 말에, 144p
전 남들 시선보다 아버지가 창피해만 하시는것이 더 힘들고 속상해요.
장애는 고치거나 극복해야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특성이에요 수아는 지금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존중받을 자격이 있어요.
부끄러워만 하는 것같은 할아버지에게 수아 엄마가 146p
앞으로 수아가 실수를 하면 화내거나 놀리는 대신 이렇게 차근차근 설명해주기로 하자. 수아한테 발는 게 있을때도 마찬가지고.
어쨌거나 저쨋거나 수아를 돌보느라 고생했던 영무에게 모범상을 주시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해준 말 154p
힘들기만 하고 우울할것만 같았던 그런 나의 예상을 조금은 깨고 수아는 본인은 노래와 춤을 참 좋아해서 즐기면서 지내는 모습, 영무와 성남이를 좋아해서 선생님보다 더 따르는 모습(사람은 누구도 좋아하지않을 줄알았는데), 달팽이와 자연을 사랑하는 모습도 그려져있어서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어린이들의 풍경속에서 획일적이지않고 경쟁적이지 않은 느낌의 행복감을 느꼈다. 내 주변의 친구들과 그들의 부모님의 삶을 조금은 덜 걱정할수도 있게 된것 같아서 마음이 좋기도 했다. 나부터 발달장애인들을 길거리나, 일터나, 대중교통이나 어디서라도 만났을때 나와 상관없는 타인으로만 생각하지않고, 오롯이 한사람 그사람 그 자체로 존중해줘야하지 대상화 시켜지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만, 개인적이고 솔직하게 쓴 후기를 나누어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