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요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소재도 상상력도 신선했고 재밌었다.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삶의 행적에 따라 실시간 변하는 원판. 하지만 원판의 적청의 비율을 정하는 건 수치화할 수 없는 과학적 검증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즉시 양심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나는 어떤 세계에서 살고 싶은가.
나 뿐 아니라 적어도 양심은 지키고 사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쉴새 없이 뉴스를 장식하는 이슈들을 보면 '적어도'라는 말이 실행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것. 그 어려운 것을 해 내고 있는 이들의 수레바퀴는 청색 비율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관심도 있고(많다 라고 하기엔 너무 모른다는걸 또 깨달았기 때문에) 정의롭게 살고 싶기도 해서 책이 너무 재밌다.
내가 읽은 책은 가제본으로 2장까지만 인쇄되었는데
80여페이지에 든 많은 예시와 가정 등을 보면 작가의 독서 스펙트럼에 놀라면서 뒷부분, 그리고 결론은 어떻게 냈을지
너무 궁금하다.
세계속에 사람으로 살면서 진정 뭘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에두르지 않고 정곡을 찔러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화법.
많은 이들이 작가에게 설득당하길 바란다.
꼭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정의를 실천하는 값비싼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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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질 수도 없고 과학으로도 검증할 수 없는 원판은 인간의 정수리에서 50센티가량 떠올라 있으며, 정의를 상징하는 청색과 부덕을 상징하는 적색 영역으로 이분二分된다.p.14
경마가 합법적일지라도 여윷돈을 경마장에서 날려버릴 바에는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편이 낫다는 데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 달리 말하면 보통 사람의 일상은 완벽한 정의와 거리가 멀다. 안락함과 멋을 위해 SUV를 선택하고,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일회용 칫솔을 한 번 쓴 다음 휙 던져버린다. 지구 반대편에서 수억 명의 사람들이 굶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비싼 식당에 간다. 커피나 옷이 제3세계의 착취와 연관되어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도 구매 버튼을 누른다. p.15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원판 자체가 악하다고 말하기도 하죠. 이토록 빈틈과 변수가 많은 세상에서 선악을 정량적인 숫자로 계산하는 건 부당하다고요. 수레바퀴의 규칙이 모종의 도덕을 가정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 자체는 비도덕적일 수밖에 없다고요. 게다가 최종적인 판결을 확률에 맡기는 건 불합리의 절정이라고요. 옳은 말이죠. 하지만 나는 수레바퀴가 가져온 이 변화가 마음에 듭니다. 모두가 주식과 부동산에 눈이 벌게져 있던 시절보다는 지금이 더...... 풍부하고 다채롭지 않나요?"
나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동의했다.p.24
뿐만 아니라 리튬의 주요 산지는 칠레와 페루 같은 남미 국가들이다. 선진국의 땅은 환경오염과 정화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기에는 너부 비싼 반면, 남미의 개발 업자들은 군,경과 결탁해 약탈적 채굴에 반대하는 환경 운동가를 매달아죽일 수 있기 떄문이다. 결국 전기차는 희토류 채굴로 인한 환경오염을 제3세계에 떠넘기는 동안만 온전히 친환경적인 셈이다.p.56
진정한 정의는 시장에서 거래되기에는 너무 값비싼 것이었고,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그 점을 극복하는 대신 수용했다.
정의가 비매품이라면, 가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그리고 정의처럼 보이는 대체품은 수없이 널려 있다.)p.60
#단요
#세계는이렇게바뀐다
#사계절가제본서평단
#2023지나지나
#비싼정의
#정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