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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위니님의 서재
  • 낯선 여인의 키스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 19,800원 (10%1,100)
  • 2024-06-24
  • : 3,464
책이라는 물성의 아름다움이 항상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출판사, 녹색광선의 여름 신간은 안톤 체호프의 <낯선 여인의 키스>였다.

체호프의 단편 8편이 실려 있는데 그 중 인상적인 작품은 「진창」 「귀여운 여인」그리고 표제작인「 낯선 여인의 키스」였다.

결혼에 필요한 돈을 빚독촉을 하러 갔다가 남자와 사촌형 모두 여자의 매혹에 휘둘려 돈도 받아내지 못하고 어음만 뺏기고 형제가 여자의 집에서 대면하게 된다는 「진창」의 줄거리는 왠지 기생 애랑의 매혹에 빠져 이빨도 뽑히고 쌀뒤주에 들어가 망신을 사게 되는 제주 비장들의 이야기를 다룬 「배비장전」이야기가 연상되면서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었고,

남편들의 생각만 자기 생각으로 하여 살다가 자기의 주장과 의견을 하나도 갖지 못한 채 귀여움을 잃었다가 결국 남자의 아들을 키우며 또 그 아이의 의견을 자기 의견인 줄로 알고 보람을 찾는 여자를 다룬 이야기 「귀여운 여인」은 자신의 주장이나 소신 없이 끌려다니기만 하는 여자의 예가 드문 것이 아니라 씁쓸하면서도 끝까지 잘 읽혔다.

표제작인 「낯선 여인의 키스」또한 그랬는데, '소심하고 겸손하고 개성없는' 장교가 우연한 실수로 낯선 곳에서 낯선 여인의 키스를 받고 나서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행복해 하고 기쁨과 환희를 느끼다가 결국은 현실을 깨닫고 자신의 삶이 초라하고 보잘것 없고 무료하다고 느끼며 다시 여인을 만날수 있는 초대조차도 거절하는 내용을 보며 우리 주위에 어디선가 있을 것 같은 인물 군상의 모습이라 이상하게 공감이 되었다.

체호프의 소설 속 인물 군상들은 어떻게 보면 절대선도, 절대악의 인물도 아니고 어딘가 모자라고 어딘가 맹목적이고 어딘가 아름다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한데, 그만큼 소설의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심리 상태의 변화를 걸출하게 묘사한 체호프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인 것 같다. 소설만큼이나 우리 삶도 모순 덩어리고, 명확히 정의 내리기 어려우며, 엉망 진창이면서도 충분히 아름답고 괴상하면서도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여름날에 생각하며 읽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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