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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위니님의 서재
  • 차를 담는 시간
  • 김유미
  • 15,300원 (10%850)
  • 2023-02-20
  • : 677
토림도예 김유미 작가님의 에세이가 나와서 바로 보았다. 책을 보면서 정말 '갈고 닦는다'는 말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물레를 차고, 굽을 갈고, 면을 다듬는 일련의 과정과 그림과 문양을 올리는 과정을 옆에서 보는 느낌이었다. 다기와 다구를 하나씩 개비하면서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했었는데 그런 작업 과정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어 좋았다.

안성에 가서 직접 작가님의 기물을 보고 추천을 받고 차를 마셨던 추억이 떠오른다. 빈티지블루 개완과 잔이 유명하고 시그니처이지만 실제로 가 보니 눈에 들어온 것은 흑유였다. 어두운 색이면서도 광이 있어 밝고 빛났다. 작가님이 주셨던 차도, 나누었던 대화도, 아이 이야기도, 그리고 많던 아름답던 기물들도 책을 보며 다시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물론 흑유로 시작된 토림도예는 빈티지 블루, 백자, 무유, 고백자 모두 구비하게 했는데...조금씩 모양과 색에 차이가 있어 기분과 느낌, 날씨와 차에 따라 골라서 우리는 즐거움이 있었다. 킨츠기를 배운 이유도 빈티지 블루 개완의 작은 흠을 메우려고였다. 책에서 작가님도 킨츠기, 향도에 대해 쓰셨어서 아침에 향을 하나 피워 놓고 차를 우려 보았다. 처음 사랑에 빠졌던 흑유 개완에.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시는 작가님이 부러워지는 책이었다. 단정하고 진심인 삶의 자세와, 아름다운 다기와 사계절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표현된 사진도 참 좋았다.

좋았던 구절
"소설 한두 편을 써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소설을 오래 지속적으로 써내는 것, 소설로 먹고사는 것, 소설가로서 살아남는 것, 이건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보통 사람은 일단 못할 짓, 이라고 말해버려도 무방할지 모릅니다.
-36-37p,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2차인용

공예품이 사랑받는 건 공예 작가가 만들어내는 모든 물건에 담기는 인내와 고뇌 때문이 아닐까. 공예품은 똑같은 물건도 처음 만들어낸 물건과 지금,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질 모든 물건이 다르다. 그것이 더 좋아질 수도 더 나빠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물건은 어제 내가 만든 것보다 더 많은 인내와 고민이 담겨 있다. 156p

새로운 잔을 디자인하기 위해 한동안 와인잔을 연구했다. 와인잔과 우리가 만드는 찻잔은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담기는 음료의 맛과 향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와인은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잔의 형태가 정해져 있고 두께가 얇고 강도가 높은 잔을 고급으로 친다. 왜 우리가 만드는 찻잔이 얇은지 근거가 돼줄 수 있지 않을까? 잔의 두께는 입에 닿는 촉감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잔을 지나 입으로 들어오는 순간의 느낌에도 영향을 준다. 둔탁한 느낌의 잔은 입술의 감각에 집중을 흐뜨러뜨리고 차의 맛과 온도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고 얇은 잔이 차를 마시는 데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맞고 틀리고는 없다. 그저 기준과 취향의 차이일 뿐이다. 167-1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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