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연, 모모, 소라는 도서부원이다. 그리고 도서실에서 종이접기 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 색종이처럼 각자 다른 색을 가졌지만 도서실의 책처럼 잘 어울려있는 이들 셋 앞에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괴담처럼 여기고 지나칠 법도 하지만 하나씩 단서를 따라가며 학교의 비밀을 파헤친다.
내가 세연, 모모, 소라만할때 종이접기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교실에서 쉬는 시간이면 모든 아이들이 색종이를 꺼내 종이학이나 거북이알 같은 것을 접어서 유리병에 모았다. 천개가 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며 다들 열심이었다. 병이 가득차고 완성이 되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팬레터와 함께 보내거나 방에 전시품처럼 올려두었다. 정말 소원이 소원이 이루어진건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종이를 접으며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거나 소원을 빌거나 하는 동안 즐거웠으니까. 어쩌면 종이접기가 끝나고 난뒤엔 아무래도 상관없던 거 같다.
요즘 사람들은 다들 너무 바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침대에 눕기전까지 얼마나 많은 스케쥴을 소화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을 안고 있는지... 인생은 어쩌면 퀘스트를 깨다가 스테이지가 끝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세연, 모모, 소라 역시 다를 게 없겠지. 성적, 친구관계, 진로등 책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이 친구들이 안고 있는 고민들.. 알고 있다. 나도 해봤으니까. 이런 것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종이학을 접어 달라는 의문의 여자같은 건 금방 잊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세연, 모모, 소라는 지나치지 않는다. 시험에는 나오지도 않을 텐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신들 앞에 펼쳐진 일을 따라가며 기억하기로 한다. 마치 종이접기를 하듯이 마음을 모아서.
학교는 이상한 곳이다. 모든 사람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같은 시간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장소로 들어가 있다가 같은 시간에 나와야 한다. 다른 것을 하고 싶을지도 모르는 나의 의견은 누구도 묻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간을 교과서를 펴고 칠판 앞에 앉아 국영수같은 것을 가르치지만 지나고 보면 중요한 것은 전부 교과서 밖에서 배우게 된다.
정작 이 사실은 학교는 마치고서야 알게 됐다.
누군가는 이건 소설일 뿐이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세연, 모모, 소라같은 친구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보다 세상은 더 넓고 삶은 다양하다는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걸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한 뼘 성장하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