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저께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을 다녀온 참인데요, 그렇다 보니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담긴 동화가 눈에 아른거리는 증세를 겪고 있는 참입니다. 어릴 때도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딱히 그림에 눈길을 기울인 기억은 없는데요, 세월이 갈수록 동화책의 그림들에 마음이 가게 되네요. 물론 어릴 때의 기억이 사라져서일 수 도 있겠고 한편으로는 시장이 커지면서 예전보다도 훨씬 다양하고 발전된 동화책들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어서일 수도 있겠지요.

아주 큰 판형에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수채화가 가득한 이 책은 글로 전달되는 정보량은 아주 적습니다. 따라서 영아에서 유아로 넘어가는 아이들이라도 즐길 수 있을법한 동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짧은 이야기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반전!이 담겨 있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여야 할 것 같네요.

깊은 산속에 홀로 살아가던 고양이가 숲을 떠나 도시로 가보고자 마음먹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길을 나서기가 무섭게 고양이는 자기 몸에 잔뜩 달라붙은 민들레 씨앗들을 발견하게 되요. 고양이는 이 씨앗들이 버려지고 길을 잃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서 하나씩 떼어내어 흙 속으로 품어 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길을 떠나려던 고양이는 이번에는 홀로 울고 있는 하얀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게 되요. 눈치 채셨겠지만 이래서야 그대로 길을 떠나갈 수 없는 것이 우리 주인공의 성격이겠지요?

이렇게 새끼 고양이를 돌보던 우리의 주인공 고양이는 후에 놀라운 것을 알게 되는데요, 이 부분이 일종의 반전입니다. 꽤나 무게감이 있는 주제를 전달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이야기 자체가 간결하다 보니 주제를 단순화하여 제시한 면이 있고 그러다보니 어른인 저의 눈에서는 이야기의 다른 방향도 상상해보고 싶게 됩니다만 그거야 제 욕심이겠지요;

말씀드린대로 아주 짧은 이야기입니다만 수채화로 단순하면서도 포근하게 그려진 삽화들은 책을 여러번 들춰보게 만들어요. 강렬한 색보다는 부드럽고 차분한 색조를 유지해서 보는 이의 마음도 차분해지고요. 부모님들이라면 아이들에게 짧게 읽어주며 같이 여유를 즐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이가 이 이야기의 의미를 자라나면서 달리 보게 되는 순간들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