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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bliotheca in Sun
언론의 자유가 억압되던 시절에는 사실을 제대로 말하는 것조차 위험한 일이었다. 여전히 어떤 종류의 사상과 그 사상의 언어화를 억압하는 제도가 정당한 비판속에서도 건재하지만, 이 시대는 말과 언어와 정보의 홍수다. 그리하여 이 시대에는 또다른 의미에서 알려져야 할 사실이, 드러나야 할 사실이 억압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잊혀져 가는 사실-그것도 충격적이었고 여전히 충격적인 사실-과 만나는 일이 적지 않게 놀라운 일이 되는 까닭이다.

자유주의자 고종석의 '달력식 역사책'에서 전태일, 김경숙(YH무역사건), 김귀정(91년 5월 항쟁), 박종철(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 이재호, 윤상원, 이한열 등등의 이름을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가 자유주의자인 한 역사 속의 오늘 있었던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을 기록하는 '달력식 역사책'에 이 사람들이 죽은 날을 잊지 않고 새겨 넣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가 누리는, 우리 모두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는 저 어둡고 차가웠던 시대를 뜨겁게 온몸으로 밀고 나갔던 저들과 저들의 동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테니 말이다.

개인의 자유에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표하는 이념을 제외한 모든 이념의 공통분모는 '자유'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의 전선에 직접 참가하지 못했던 자들의 일차적인 도리는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차적인 도리는 어렵사리 얻은 자유가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흘러가도록 길을 내는 것이다. 이 또한 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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