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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bliotheca in Sun
  • 젊은 남자
  • 아니 에르노
  • 13,500원 (10%750)
  • 2023-02-28
  • : 1,323

<젊은 남자>는 2022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아니 에르노가 2022년에 출간한 아주 짧은 소설이다. 다소 속물적인 얘기지만, 번역본 기준으로 고작 32쪽밖에 되지 않는 이 얇은 책의 가격이 무려 15,000원!(출판사도 민망했는지 이 소설의 프랑스어 원문 전체를 함께 싣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어를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아니 에르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선물 같은 책이 될 수도 있다. 아니 에르노 글쓰기의 어떤 비밀을 아니 에르노가 직접 얘기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도록 나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나는 종종 섹스를 했다. 섹스 후의 고독과 피로를 느끼며, 삶에서 더는 기대할 것 없는 이유들을 찾고 싶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가장 맹렬한 기다림이 끝나고, 오르가슴을 느끼고, 한 권의 책을 쓰는 것보다 더 강렬한 쾌락은 없다는 확신을 갖고 싶었다."(13-14쪽) 이 진술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장 혹은 진실을 함축하는데, 글쓰기는 쾌락이다, 그 쾌락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쾌락인 섹스를 통한 쾌락보다 크다, 인간의 행위 중 가장 육체적인 행위인 섹스가 인간의 행위 중 가장 정신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는 '글쓰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를 위해서, 그녀는 서른 살 가까이 어린 남자(젊은 남자)와 연애를 하고, 섹스를 한다. 젊은 남자와의 연애와 사랑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게 한다. 그녀는 젊은 남자 나이대의 자기 자신이 된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와 함께 나는 삶의 모든 나이를, 내 삶을 두루 돌아다녔다."(25쪽)라고 말한다. 게다가 그 젊은 남자는 그녀가 젊은 시절 처해 있었던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머물러 있는 서민 계층 출신으로, 그 젊은 남자는 그녀에게 "첫 번째 세계의 기억 전달자"(24쪽)로서의 역할을 한다. 


아니 에르노의 많은 소설이 바로 그녀의 '첫 번째 세계"에서 나오지 않았던가. '첫 번째 세계'는 아니 에르노 소설의 배양소다.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첫 번째 세계'를 철저하게 파헤치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결결이 해부한다. 시간의 무게에 눌려 그 세계에 침잠해 있는 온갖 감정들(특히 수치스러움!)을 미세한 그물망으로 건져내 올린다. 그리하여 그녀는 가감 없이, 윤색 없이, 지나치게 솔직하게 자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쓰기는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들의 의미를 규정하고, 자신을 통과해 간 시간과 공간과 사람들을 재창조해내는 작업이다. "내가 쓰지 않으면 사건들은 그 끝을 보지 못한다. 그저 일어난 일일 뿐." 바로 여기에 아니 에르노 글쓰기의 비밀이 있을 것이다.

글을 쓰도록 나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나는 종종 섹스를 했다.- P13
그와 함께 나는 삶의 모든 나이를, 내 삶을 두루 돌아다녔다.- P25
내가 쓰지 않으면 사건들은 그 끝을 보지 못한다. 그저 일어난 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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