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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종교학, 그리고 한의학

오랜만에 밤을 새서 무협지를 읽은 것 같다. 좌백의 '혈기린 외전'은 毒人을 주제로 해서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요즘 한국 무협의 추세가 과거 지나치게 강력한 주인공인 람보형과는 달리, 다소 약하게 설정해 놓았다. 주인공도 시골의 이름모를 촌부였다가 부호의 아들 대신에 남만 전쟁에 군역으로 참가할 정도로 평범하다. 강호, 무공과는 상관없다.

 다른 특이사항이 있다면, 독공과 무공의 별 거의 것처럼 설정해서 주인공이 체내의 독만 가지고 강호를 오가도록 설정한 것, 과거의 주인공형(무림고서에 대한 대단한 이해력과 주색잡기에 능함)과는 다르게 전략 전술에 능통(삼국지의 강유나 주유형)한 장군형이다. 덕분에 지루하지 않고 밤새가면서 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아직 껄끄럽지 못한 부분은 많다. 나의 개인 취향이겠지만, 강간당한 이헤이달리(남만족 여자)가 주인공을 사모한다던가, 무슨 스톡홀름 콤플렉스의 일종도 아니고, 큰 인물로 설정해 놓았던 남만 정벌의 장군이 그냥 흐지부지하게 된다던가, 여주인공격인 남봉황과의 대결이 싱겁게 끝난다던가 하는 것은 다소 후반부에 이르러 엔진의 추진력이 떨어져 파워가 부족함을 느꼈다. 

 김용의 무협지의 장점중에 하나가 끝인 것 같은데도 사람을 긴장시키는 묘미다. 이런 묘미만 더 살릴 수 있다면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한가지 더 바램이 있다면 문중 암투를 그린 형태의 글을 쓰면 더 재미있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스케일이 무지하게 큰 한국 무협지, 이제 내부적으로 다듬는 기술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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