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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종교학, 그리고 한의학

난 영화를 기대하고 보지 않는다. 실망하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별의 별 상상을 다하게 되고 그에 따른 실망은 이내 나를 기분 나쁘게 한다.

최인훈씨의 해신이란 작품은 소설에서도 기대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에필로그에서 장보고에게 가기까지 1권의 반을 할애하는 전개속에서도 나는 끝까지 책을 들고 있었다. 덕분에 일본 역사를 자세히 알았다. 오다 노부나가와 다께다 신겐과 그의 가문의 얽히고 섥힌 이야기. 모 드라마의 역사 스페셜과 같은 분위기가 끝나고 본 이야기로 들어갔다.

사실, 신라사부로라는 전국시대의 장수 1명을 가지고 추적해서 장보고와 연결시켜서 거대한 서론을 이루고 싶었겠지만, 그것은 오버액션이었다. 이미 일본 정신속에 융화되어 잊혀버린 사람에 대한 것, 일본 신도와 비슷한 이상한 분파의 것을 가지고 들추어서 장보고를 찾았다라고 하는 것은 고구려 벽화의 수박도를 보고 태권도의 원조를 찾았다고 할 만큼 황당무계했다.

이야기의 전개도 계속 흥분해서 쓰고 있다. 오버와 흥분, 그리고 열정과 뜨거움은 얼추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글 전개에 결과는 사못 다르다. 전자가 독자가 스스로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면 후자는 독자에게 책장을 넘길 것을 강요한다.

저녁을 먹고, 가장 편안한 자세에서-전공 서적을 보는 자세- 봐도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장보고에 대하여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우수한 학생이 하는 발표를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었다. 책은 며칠 동안 들여가면 봤지만, 작가의 열정뒤에 남겨진 부자연스런 느낌은 종내 사그러들지 않았다.

난 해군이고 충무공, 장보고 정신에 대해서 깊이 알아야 한다. 장보고대사에 대하여 알고 싶은 자료로써는 읽어볼 만 하지만. 남에게 추천하면서까지 권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이미 난 중독되어 있어 이와 같은 책이 구사하는 문체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새로운 감성이 묻어있는 책인 혼불이나, 칼의 노래, 태백 산맥과 같은 타입에 녹아든다. 해적 장보고를 장보고대사로 새롭게 인식한 노력은 존중하겠지만 상부지시사항으로 '해신'독후감쓰라면 도망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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