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작품중에 가장 광활한 것을 고르라면 '천룡팔부' 아기자기한 것을 고르라면 바로 '소오강호'이다. 영화 '동방불패'와 '소오강호'의 원본이 되는 소설이다. 물론 그 영화들과 약간씩은 다르다. 소설속에서는 다른 무협작품보다 무공적인 측면에서 비약이 덜하다. 물론 영호충이란 주인공이 독고구검을 익히면서 거의 반무적상태가 되긴 하지만, 여러 변수도 눈 앞에 있으면서 일촉즉발의 예측불허이다. 소오강호가 돋보이는 것은 소설의 흐름에 있어서 각권의 힘의 배분이 비교적 일정하다. 아직 우리나라의 작가는 신무협이라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소설의 작가에 비하여 이런 힘의 배분문제를 잘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多作을 하니, 컨트롤의 문제인지 몰라도, 현재 나의 느낌은 그렇다. 그리고 소오강호의 좋은 점은 김용 소설 가운데 가장 작은 스케일(?)이다. 거의 배경에서 그렇게 크게 이동하지 않는다. 인물간의 설정도 우리네의 갈 수록 늘어나는 가족관계(?) 및 주종관계가 아니라, 한 상황에서 변해가는 인간관계의 양상을 띄고 있어, 일반적인 소설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초중반에 주인공이 독고구검을 익혀 半무적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그 상황에 걸맞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주인공이 거의 딱 알맞게 사건을 해쳐가는 그런 것이다. 단순히 인물과 인물사이의 충돌이 아니라, 사건과 사건사이 일어나는 그런 타이밍을 잘 조절하여 긴장감을 잘 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