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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님의 서재
  • 수상한 글자를 만나다
  • 김기정
  • 11,250원 (10%620)
  • 2020-03-31
  • : 104

수상한 글자를 만나다》, 《거대한 줄다리기》, 《네 발의 총소리》. 세 권이 <역사의 한 순간> 시리즈 1, 2, 3권으로 나왔다. 주인공 이 돌이 초록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저학년용 판타지 동화이다. 주인공 이 돌은 여행하는 시대의 아이의 몸을 입고 심부름꾼 노릇을 하며 역사의 중요 순간들을 경험한다. 그렇게 세종대왕의 한글창제기로 들어가 수양대군을 만났고, 명량대첩 당일로 들어가 이순신 장군을 만났다. 경교장에서 김구 선생님도 만났다. 이 돌은 여행당시 역사의 현장에서 자신이 어느 시대로 와서 무슨 일을 겪는지 대충만 안다. 겪은 일을 명확히 알게 되는 건 위태로운 추격전 끝에 겨우 집으로 돌아온 다음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다.

위험천만한 시간판타지 여행, 그 자체가 흥미로운 독서경험이겠지만, 우리 역사를 대충 들어 아는 이 돌이 역사의 현장으로 가면서 생기는 해프닝들이라 흥미롭다. 수많은 역사동화들이 과거의 시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반면, <역사의 한 순간> 시리즈는 과거와 현재를 들락날락하는 현재의 어린이 이 돌의 경험을 따라간다. ‘한글 반포 이전에 한글을 쓰는 아이가 조선에 나타난다면’ 같은 설정은 상상력을 북돋고 역사를 더 생생하게 경험하게 한다. ‘배’나 ‘도라지’ 같은 글자를 쓸 줄 안다는 이유로 이 돌이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신하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나 세종이 그토록 간절하게 한글을 창제하려던 애민의 마음을 이 돌에게나 독자에게나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13척으로 수백 척의 왜선을 막아야하는 명량해전을 코앞에 둔 전라좌수영. 이 돌은 명량해전의 승리를 확신하며 전라좌수영의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다. 역사의 현장에서 이 돌이 겪은 명량해전은 독자에게도 살아있는 체험이 된다. 또 이순신 장군과 김구 선생님의 죽음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던 이 돌의 안타까움도 역사를 과거의 단순한 지식이나 남의 이야기가 아닌, 살아있는 나의 역사로 경험하게 해 준다.

 

이 돌의 시간여행이 짧은 점은 아쉬웠다. 역사 속에서 더 많은 모험을 하고 한 참 더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싶었다. 추격전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데, 이 돌이 벌써 집으로 돌아와 버리다니... 그런데 3권에 이르니 신기하게도 그런 아쉬움이 옅어졌다. 아주 없어진 건 아니지만, 이 돌의 다른 여행을 빨리 만나고 싶어졌다. 1, 2권을 읽을 때만해도 이 돌의 시간여행과 모험에 초점을 맞췄다면, 3권까지 읽다보니 이 돌이 역사의 순간을 마주하며 무엇을 경험하고 무슨 생각을 할지로 감상이 중점이 옮겨졌나 보다. 특히 《네 발의 총소리》에서는 시간 여행의 단서가 되는 돌멩이까지 등장해 다음 여행을 기다리게 한다. 빨간 돌, 파란 돌, 그리고 검정 돌. 돌멩이와 시간여행은 어떤 관계가 있을지... 점점 궁금해진다. 저학년 동화이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는 고학년에게 읽기책으로, 또 다른 역사책이나 역사 동화 읽기에 앞서 권해 줘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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