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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네 멋대로 써라> 번역이 눈에 잘 안들어왔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저도 처음에 이 책을 딱 들고 읽었을 때에는 글이 생각보다 빨리 안 읽히고 안 들어와서 약간 당황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아마도 번역에 뭔가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 읽히지 않는건 아닌가 하고 그냥 던져두려고 했지요. 그러다가 에이 그래도 다시 봐볼까 하고 꼼꼼이 들여다 보니, 아 내가 큰 실수를 할 뻔 했구나, 이런 글을 잘못 보고선 그냥 내던져버려 놓칠 뻔했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되더군요.

이 책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듯 말을 건네고 있는 저자의 글의 성격에 딱 맞도록, 순 우리말과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심지어는 문장의 표현과 리듬이 맛깔스럽기까지 했구요.오히려 내가 그동안 읽은 글들이 너무 번역체가 아니었나, 내가 그 번역체들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 아닌가 다시 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구요. 워낙 우리가 접하는 글들은 우리나라 사람이 쓴 순 우리말보다 외국 서적을 번역한 책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번역체에 익숙하고, 그 번역체를 표준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여러가지, 서적과 교육여건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저자의 이야기에 걸맞는 대화적이고 통통 튀는 말의 호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호흡을 이해하지 못하면 따라가기가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확실히 저자는 이야기를 우리가 익숙한 논리적이고 일관적인 흐름으로 이어가고 있지 않은 듯합니다. 그래서 그 호흡을 타지 않고, 글쓰기에 대해 설명하는 책으로 생각해서, 설명하는 책의 편편한 흐름을 기대한다면,  이 책을 읽기가 좀 힘들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가 있을 것 같구요.

제가 처음에 이 책의 흐름을 타지 못했던 건,  아마 이 책을 딱 보고 나도 모르게 어떤 기대와 선입견을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글쓰기는 어떻게 하는 건가 하는 내용을 다른 책들보다 좀 더 재미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딱딱 던져주며 쉽게 전달해줄 거라 기대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까짓 책, 뭐 어려운 개념이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닐테고, 논리적인 추론 같은 것을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닐테고, 그냥 에세이처럼 편하게 쭉 읽으면 금방 그 자리에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저자는 그런 식의 글을 쓰려고 했던 것 같지 않습니다. 읽고 보니, 이 책은 그런 식의 편안한 에세이식 설명서가 아니라, 저자의 경험이 절절하게 담긴 하나의 소설이더군요.  소설을 설명문의 리듬으로 읽으려고 했으니, 읽는 흐름과 호흡에 무리가 있었던 건 당연했습니다. 책을 읽는 경험의 방식 자체도 달랐구요.  책을 읽기 전에, 책에 대해 내가 가지는 첫인상과 기대와 선입견이 책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을 엄청나게 좌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그런 선입견과 인상 때문에 그동안 좋은 책들을 그냥 지나쳐보내거나, 잘못 판단했던 것은 아닌가 아차 철렁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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