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와인을 즐겨 마시고, 이원복의 와인에 대한 만화를 읽고 재미와 교양, 와인 선택의 도움을 많이 받은 기억에 만화 맥주라는 제목에 선뜻 구입하였다.
그러나 번역된 특히 유럽 만화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책으로 이원복의 와인 만화에서 느꼈던 도움을 받았던 재미와 실용성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있었다. 유럽만화는 분명 예술적인 맛을 느낄 수는 있으나 축약과 상징이 난무하여 맥주의 선택에 대한 현실적인 교양을 얻기에는 읽는 과정이 힘이 들었다. 라거와 에일의 차이점과 효소와 효모, 홉으로 이어지는 맥주의 제조 과정을 농경문화의 시작에서 중세 수도원의 주조 일대기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묘사를 하여 단순한 술안주 이야기용을 넘어선 교양의 우월감같은 맛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조금 더 현실적인 술안주용 잘난척을 위한 내용을 기대하였던 나에게는 아쉬움이 컸다. 라거만을 판매하고 섭취하는 한국의 술판과 편의점에서 만원에 4개로 좀 더 친숙해진 더욱 다양한 일본의 맥주 세계가 현실인 한국의 맥주인이 이 책에서 항시 음용하는 맥주의 카한 맛을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미국과 유럽 여행시에 도수가 높았던 에일 맥주의 어색함과 신기함으로 가득찬 책이었다 아니할 수 없다.
그래도 만화의 한계를 넘어 아니 오히려 만화의 삽화로 인해 맥주 주조의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고 맥주와 술이 삶에서 역사에서 내 기존 지식보다 큰 역할을 하였다는 깨달음까지 입었다.
한국판 맥주 만화가 있었으면 그리고 한국 역사와 한국 맥주처럼 짧더라도 (감당하기 힘든)이론보다 현실로 맞아 그 맛이야로 공감할 수 있는 만화가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