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전 샘플북을 가장 먼저 받아들었을 때, 딱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건 그냥 읽는 책이 아니라 ‘손으로 쓰면서 숨 쉬는 책이구나.’”
이 필사 시집은 단순히 시를 베껴 쓰는 행위를 넘어, 시 한 편 한 편을 손끝에서 다시 태어나게 만드는 경험을 준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윤동주의 _별 헤는 밤_을 따라 적을 수 있었다는 점은 말 그대로 ‘보너스가 아니라 보석’ 같은 순간이었다. 활자로 보던 윤동주의 문장이 손글씨가 되어 흐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마치 시인의 호흡이 내 펜끝으로 전해지는 것 같은 기묘한 울림이 있었다.
시집 구성도 훌륭하다. 각 시를 좌측 페이지에, 필사할 수 있는 페이지를 우측에 마련 헤 줘서 여백 있는 구성으로 배치해 필사할 때 손이 숨 돌릴 틈을 준다. 덕분에 글씨가 빗나가도 마음은 덜 빗나간다. (필사하다 보면 글씨가 갑자기 ‘내가 언제 이렇게 삐뚤었지?’라는 현실 자각을 주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런 부끄러움을 다정하게 감싸준다.ㅎㅎ)
또한 시마다 담겨 있는 짧은 설명과 문학적 맥락은, 단순한 필사를 넘어 ‘왜 이 시를 지금 적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의 문장을 한 번 온전히 손으로 붙잡아 보는 경험이랄까.
실용적인 면에서도 좋다. 필사를 하면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이 안정되며, 하루가 조금은 단단해진다. 이 책은 그 ‘단단함’을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고, 시의 힘에 기대어 자연스럽게 쌓아 올린다. 그러니까 책 제목처럼, 시가 정말로 나에게 “살아라” 하고 조용히 등을 밀어주는 느낌이다.
종합하면, 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필사라는 사치를 허락하는 책’이고, 시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조용하지만 견고한 위로’를 주는 책이다. 윤동주의 별 하나가 내 손끝에 걸리는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추천한다.
ps) 내가 읽은 건 샘플북이지만 최근에 어머니가 필사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정식 출간 된 도서 구매해 드려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