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짓다』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이 책이 단순히 건축 이야기를 넘어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저자 윤주연은 집을 짓는 일을 “삶의 방식과 철학을 공간 안에 녹여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처음엔 다소 추상적으로 들렸지만, 책을 읽어가며 그 말의 의미가 점점 명확해졌다. 누군가의 집이 지어지는 과정 속에는 설계와 시공만이 아니라, 그 집에서 살아갈 사람의 가치관과 일상의 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책은 한 건축주와 건축가가 함께 만들어간 단독주택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건축주는 열한 가지의 소망을 품고 있었고, 건축가는 그 소망을 하나씩 공간으로 옮겨가며 ‘삶의 우주’를 완성해 간다. 동쪽에서 해가 드는 창, 반신욕을 하며 하늘을 볼 수 있는 욕실, 가족이 모이는 거실, 요가와 명상을 위한 조용한 공간 같은 구체적인 바람들이 설계의 언어로 변해간다. 읽다 보면 그 과정이 너무 생생해서, 나도 모르게 ‘나라면 어떤 집을 짓고 싶을까’를 상상하게 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건축가와 건축주가 서로의 언어로 대화하며 집을 만들어가는 모습이었다. 건축가는 자신의 미감을 앞세우지 않고, 건축주의 삶을 먼저 이해하려고 한다. 선 하나를 그리기 전에 건축주의 하루, 취향, 습관을 천천히 듣는다. 그래서 도면이 단순한 기술적 문서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대화의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이런 과정 덕분에 이 책은 건축이란 기술의 영역을 넘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물론 이 책이 다루는 주제가 단독주택 중심이라, 아파트나 도심형 주거에 사는 사람에게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꼭 집을 새로 짓지 않더라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내가 사는 공간이 나를 닮았는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게 하는 책이다.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생각은 ‘집은 결국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점이었다. 내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고 싶은지를 묻게 된다. 『우주를 짓다』는 한 집의 건축기를 넘어, 삶의 방향과 태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이 따뜻해지고, 언젠가 나도 나만의 공간, 나만의 우주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조용히 마음속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