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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tmol님의 서재
  • 여성사, 한 걸음 더
  • 한국여성사학회
  • 26,010원 (10%1,440)
  • 2024-12-09
  • : 993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읽은 <여성사, 한 걸음 더>는 역사의 다양하고 입체적 면모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역사를 공부하다가 인간사의 다채로움을 순간 잊고 도식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리스의 문화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이라고 생각하여 그들의 삶에서 신앙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를 잊거나, 그것과 연결하여 르네상스 시기에는 오로지 신이 아닌 인간에게 관심을 두었다고 생각하는 점이 그렇습니다. 한국사에서는 조선 후기에는 성리학적 가족제도가 완전히 자리를 잡고, 그에 비해 특히 고려 시대에는 여성의 지위가 월등히 나았다고 생각하여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졌다고 지나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서 특정 시대와 장소의 성격, 경향성이 있다는 것을 공부하면서도, 이 책 <여성사, 한 걸음 더>에서는 역사에서의 기본적인 감각, 다양하고 입체적인, 일반화할 수 없는 역사라는 학문의 고유한 성격을 일깨워 줍니다. 교사가 이 내용을 수업에서 재가공한다면, 학생들은 고대 아테네에서 여성이 공적 영역에서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한계를 배우면서도, 축제나 제의를 통해 종교적 영역에서는 중요한 활약을 했음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사진 신부가 이주 남성 한인들의 생활 안정과 가족 구성을 위한 목적으로 이용만 당했다는 해석과 달리 기존의 가부장적 사회로부터의 탈출구로서 여성들이 선택했다는, 여성들의 능동적 대응을 알게 될 것입니다.

가부장적 사회 체제나 통제에 여성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면모는 전근대 한국 사회를 다루는 4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의 ‘효성스러운 며느리’ 만들기 프로젝트”에서는 조선의 양반 남성들이 성리학적 가부장제, 효성스러운 며느리를 사회에 정착하려 하였으나 양반 여성들이 친가의 일원으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남성들의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는 모습에 대해 소개합니다. “조선 가부장제의 유연성”에서는 유교적 예제와 가부장권이 정착되었다고 평가되는 조선 후기에서도, 절대적이거나 엄격하지 않고 유연한 모습의 가부장제의 모습이 엿보임을 이야기합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최대한 이야기의 구조를 단순하게 도식화한 것을 원합니다. 수업을 구성하는 교사도 그러한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단순화시키려 노력하기도 하는데, 항상 역사의 본질적인 성격, 일반화하기 어렵고 다채로운 역사의 고유한 성격을 염두하고 학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식이나 편견에 반대되는 사실이나 증거를 제시하고, 끊임없이 인지를 자극하는 수업을 구성하는데 이 책 <여성사, 한 걸음 더>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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