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품은 잔혹동화?
wjddms1323 2024/09/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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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로우맨
- 마틴 맥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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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24-09-10
: 4,458
#을유서포터즈5기 #도서제공 #필로우맨
<필로우맨>은 마치 괴담처럼 베개로 만들어진 인형이 미래가 불행할 것이 분명한 아이들이 자살로 위장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제안해준다는 존재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베개인간의 이야기만으로 희곡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희곡은 이야기의 이야기로, 필로우맨을 창작한 주인공 카투리안의 여러가지 소설들이 인용된다. 이 소설은 무척 잔혹해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극은, 단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배경은 취조실이다. 취조를 당하는 내용은 연속살인이며 이 단순한 플롯이 이야기의 이야기를 이끈다. 네 명의 인물이 뱉는 문장들은 노골적이고 거칠고 끊임없이 서로를 향해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서로의 허점을 낚아채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 형사와 용의자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얼핏보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도 필로우맨의 유혹을 이겨내 성장하는 이야기도 담고 있다. 솔직히 너무 노골적인 비아냥이 읽기 힘들었지만 비아냥거림 속에 누구보다 솔직한 진심이 드러나기도 해서 나중에는 몰입할 수 있었다. 필로우맨을 창작한 사람과, 필로우맨을 만났어야하만 했지만 그러지 못해 성장한 어른들이 죽음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 극의 가장 큰 그림인 듯하다. 그래서 어린시절의 나를 베개인간을 마주하게 할지, 필로우맨의 부드러운 유혹에서 벗어나 내 삶을 나아가는 사람이 될 지는 결국 내가 성장하는 문제가 아닐까. 부드러움으로 위장해야만 했던 필로우맨의 유혹이 없는 삶을 그린 적도 없는데 그리게 되는 책이었다.
희곡이란 장르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처음인데, 소설보다 묘사가 적어서 배경이 그려지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대사가 연속되다보니 속도감이 느껴져서 몰입이 잘 되는 점이 좋았다. 스릴러를 가장한 드라마 같은 희곡인 것 같다.
p.90 카투리안 - 그래, 필로우맨은 이렇게 생겨야 했어, 부드럽고 안전해 보여야 했지, 그가 하는 일 때문에 말이야. 그가 하는 일은 아주 슬프고 아주 어려운 일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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