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서포터즈5기 #김헌의그리스로마신화 #도서제공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나름 등장인물들을 잘 외우는 편인데도불구하고 누가 누구였는지 외우기 힘들만큼 다양한 신들이 등장했다. 아이들도 다 아는 이야기라지만, 제대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은 것은 내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제우스가 바람둥이이고 헤라가 참지 않다는 것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단순히 신화를 열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우스가 어째서 그렇게 많은 여성들을 만나고 자식을 낳았는지, 그게 인간의 시선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 우리가 그 이야기에서 가져야 할 것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신화를 읽으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도덕적이고 인간답게 살고 싶어했는지 그 욕구가 인간본성으로 얼마나 오래 자리잡았는지 새삼 느껴져서 신기했다. 평소 안좋다고 여겨지는 감정들이 불화의 여신에게서 태어났다는 점도, 신들의 독재통치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도 모두 결국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지표가 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들 신들의 이름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지명이나 특정 요소의 이름으로 자리잡은 모습을 보면 오랫동안 기록되고 구전된 신화가 과거 사람들이 꿈꾼 “이상적인”인간상을 굳히기에 얼마만큼 성공했는지 알 수 있다.
이 많은 신화들 사이에서 개인적으로는 플라톤이 저술한 사후세게에 관한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대륙과 인종과 종교를 넘어서 비도덕적으로 살아온 인간이 사후세계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도덕적 삶을 산 인간은 어떤 대접을 받으며 새로운 삶을 얻게 되는지 같은 것들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결국 인간이 신화에서 얻고자하는 것은 같다. 바른 행실을 하고, 타인과 어울리며 오만하게 굴지 말 것. 그런 것을 후손에게 알리기에 신화만큼 재미와 정확성을 다 갖춘 도구도 없을 것 같다. 그렇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필독서로 여겨지는 게 아닐까. 마치 막장드라마를 연상케하는 복잡하고도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교훈까지 들어있으니말이다.
신들도 인간처럼 감정적이고 동요하며 탐욕스럽고 정의롭다는 이 이야기를 저자인 김헌 교수님은 편안한 문체로 이끈다. 지난 8월 14일에 열린 저자강연에서 <오이디푸스>이야기를 저서와 같이 편한안 목소리로 약 100분에 걸쳐 들을 수 있었다. 운명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우리는 운명을 거스르려 노력하지만 거스른다고 생각하고 행동한 것조차 사실은 나의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인상깊은 강의였다.
우리는 아무리 올바른 삶의 태도를 알아도 교과서처럼 정의롭고 대담하며 용기있게 살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이런 신화를 듣고 전하며 그 마음을 다잡는게 아닐까. 어쩌면 내 삶이 조금 흔들릴 때 찾기에 좋은 저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p.219 '어제의 나는 죽고 오늘 나는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오늘의 나는 죽고 내일 나는 새롭게 태어난다.‘ 이런 마음으로 반성하고, 하루하루를 새로운 결심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힘을 그리스 비극에서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