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을유서포터즈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객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유전자와 진화를 떠올리면 단순히 생물학적 시각에서 오는 “적응”형태의 신체적 진화를 떠올리게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따라서 문화의 발전(혹은 진화)는 그런 신체조건의 변이로 인해 따라오는 과학적 문명의 발전에 맞춰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유전자적 진화와 문화의 진화는 공생관계이며, 따라서 공진화한다고 주장한다.
얼핏 보면 당연하게 들릴지 몰라도, 문화가 당연하지 않다는 문장을 마주하면 인간이 문화를 지녔고 그것을 발전시켰다는 사실이 당연하지 않으며 문회가 단순히 인간에게만 적용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집단 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생물에게 문화가 있다. 독특한 방식으로 구애를 하는 수컷 곤충이나, 극지방에서 사는 동물들, 그리고 각 국의 민족이 지닌 민족성과 같은 나라에서도 지역과 가족의 구성단위까지 세세하게 쪼개지는 문화의 차이는 유전자와 별개로 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지닌 유전자에 내가 처한 여러가지 환경의 문화가 찍힌 채 태어난다면 우리는 거의 모든 행동을 비슷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유전자가 그렇듯, 문화에도 변이가 있으며 사회적 환경에 맞춰 모방하고 순응하며 각자의 진화를 해나간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화는 단순히 적응만 하지 않는다. 많은 과정에서 부적응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부적응 상태에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의 진화를 꾀하기 때문에 문화는 적응적이며 동시에 비적응적이라고 주장한다. 이게 진화의 메커니즘이 아닐까.
이것은 단순히 유전적 진화를 넘어 우리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민자의 자녀가 이민 1세대 부모와 정서적으로 얼만큼 다른지, 같은 국민이어도 지역별로 왜 판이한 정서를 갖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어보인다. 문화가 급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대사회에서 이 문화의 진화가 유전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가 동물과 어떻게 다르며, 영장류와 어떻게 다른지 또 다윈이 이야기한 개체군 진화의 오류는 무엇인지 과학적 간극을 줄인다. 단순히 타인과 우리의 차이를 문화적 차이라고 이해하는 걸 넘어서 인문학적 지식의 확장으로 이어질 좋은 책이다.
p.247 문화적 진화가 그 이후로 얼마나 맹렬하게 나아갔든지 간에, 그것든 어떤 적응적인 도전에 맞서 자연선책이 작용하여 복잡한 적응을 쌓아 올렸기 때문에 발생했다. 문화는 오직 개체군 수준의 속성을 갖기 때문에 표현형적 가소성이 있는 예외적인 체계이다.
p.319 유전자는 문화를 구속하고 있다. 문화는 약간은 배회할 수 있지만, 완전히 벗어나자 시도한다면 주인인 유전자가 제어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이 진실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유전될 수 있는 문화적 변이는 자기 스스로 진화적인 동역학에 따른다. (...)결과적으로 발생한 문화적 환경은 유전자의 진화적인 동역학에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