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치는 물결같이 문장이 밀려 오는 소설이다. 쉽게 부서지고 멀어졌다가 다시 다가오는 감정선이 파도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시대극인데다 실존인물과 허상의 인물이 동시에 등장하는 것이 이 소설을 신화적으로 보이게 하는 요소다. 인물들은 마음껏 자유롭고 욕망하고 아파하고 사랑한다. 음악은 이들이 이어지는 연결고리처럼 보인다. 얼핏 보면 두서 없이 쓰여진 것 같은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철학이 느껴지기도 한다. 1600년대 음악가들의 삶은 마치 조각을 모으기 위해 떠나는 여정처럼 다가온다. 그 조각을 모으면 끝에는 안식이 있을까?
p.45 사랑의 바탕에는 남다른 격정이 있어 이전까지의 상태를 완전히 해체해 버리는데, 그 힘은 참으로 강력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황폐하게 만들어 버린다.
p.422 더없이 큰 사랑 속에도 우리의 불충분함을 비난하는 눈길이 있다. 아마 우리 자신이 그런 눈길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 순간적인 뾰로통함은 우리 자신이 주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