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긴 호흡을 가진 시를 읽는 것 같은 이 산문집은
작가님의 상실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짙은 사랑도 있다.
슬픔과 사랑이 뒤엉키는 건 자주 있는 일이지만
얼만큼 꼬이고 얼만큼 엉키는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이 두려운 지점이다.
그리고 이런 결과로 어떤 슬픔을 마주하게 되는지도.
작가님은 슬픔을 마주하고 슬픔과 어떻게 해야할지
그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내게 다정하고
내가 내 슬픔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
작가님은 어떤 상실의 계절에 서 있는가.
이 산문집은 내게, 나는 내게 왜 한없이 다정하지 않은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작가님의 평온을 바라게 한다.
상처입은 존재들은 땅이 필요하다. 몸 안 가득 지난 상처가 풀썩일 때 상처를 먹고 자란 연두가 싹을 틔울 때까지 품어주는 마음이 땅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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