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기 지겨워졌다』라는 책 제목이 뿜어내는 당당함과 단호함이 매력적이었다. 일종의 선언처럼 울리는 강렬한 이 한 문장 뒤에 숨겨져 있을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 읽기가 시작된 후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내 눈동자가 막 넘겨 열린 새로운 페이지의 첫 문장을 따라가고 있을 때, 내 오른손 검지는 책 오른쪽 모서리를 쓸어내리며 어느새 페이지 뒤에 놓였다. 그렇게 엄지와 검지에 의해 잡힌 페이지들이 휙휙 사각사각 넘겨졌다. 시트콤 에피소드만큼의 재미와 반전을 장착한 이 이야기들이 실화라니!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이렇게까지 열어 보일 수 있다니. 작가의 솔직함과 발랄함이 놀라웠다. 이런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작가는 삶 곳곳의 장면을 기억해 내고, 관찰하고, 설명하고, 해독하려고 애쓴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삶에 대한 그의 태도인 것 같다. 그는 어떤 사건 하나 쉬이 흘려보내지 않고, 맞서기도 하고, 잘못을 인정하기도 하고, 호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그렇게 그는 여기 너머 또 다른 세계를 향해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자기가 원하는 삶을 탐색하고, 창발해 낸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나에게 생긴 용기였다. 그동안 나는 꼭꼭 감춰둔 내 안의 상처를 말하기 싫어서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를 소개받아 서로의 가정사를 얘기할 때쭘이면 그 관계를 끊어버리는 게 내 고질병이었다...... 마침내, 누구에게도 못했던 얘기를 처음으로 그에게 해버렸다. 부모님이 왜 재혼을 했고, 그래서 아버지와는 성씨가 다르고, 그동한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p.165).
‘혼자 살기’에 쏟은 그의 열정과 성실이 없었다면, 그렇게나 당차게 ‘지겨워졌다’라고 선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닌 삶을 향한 자신의 열망에 이토록 기꺼이, 또한 열정적으로 응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가 앞으로 들려 줄 ‘셋이 살기’ 편이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