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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의 서재
  • 웃기려고 쓴 농담에 짠맛이 날 때
  • 박철현
  • 11,700원 (10%650)
  • 2024-06-28
  • : 176

용기와 희망의 보고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각자의 담을 넘어,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다. (p.149)’

 

‘감명 깊다’라는 표현을 마지막으로 쓴 게 언제였더라. 초등학교 때 위인전을 읽고 독후감을 쓸 때가 아니었을까? (일부러 ‘국민학교’를 쳤는데, 스페이스바를 누르자마자 ‘초등학교’로 자동 수정되었다. 그렇다. ‘감명 깊다’는 그렇게나 오래전 감정이다.)

 

코미디언 박철현의 『웃기려고 쓴 농담에 짠맛이 날 때』를 나는, 한마디로 감명 깊게 읽었다. 한 편의 ‘인생사용 설명서’라고 해야 할까. 180쪽 남짓한 한 권에 이걸 다 담았다고? 싶을 정도의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던 지난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속삭이듯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자꾸 앞표지 날개를 열어봤다. 1992년 10월 30일생. 겨우(!) 서른네 살이라니. 저자가 코미디언이라니 책이 재밌으리란 기대는 했었지만, 코끝이 싸해지며 눈물까지 솟으리란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용기와 희망의 보고서> 그의 이 ‘인생사용 설명서’에 붙이고 싶은 부제다. 선택과 도전, 질문과 탐색, 막막함과 고꾸라짐의 궤도를 돌고 돌면서도 그가 하지 않은 것이 두 가지쯤 있다. 후회와 좌절이다. 그는 후회하지 않음으로써 책임지려 하고, 좌절하지 않음으로써 정지하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나는, 그가 서른넷밖에 안 되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고,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없이 기대된다.

 

이렇게 멋진 사람이라면 직접 만나 봐야 하지 않겠나! 마침 그의 단독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스탠드업 코미디 단독 무대라니!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Conan O’brien이나 유병재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는 걸. 하지만, 그의 책을 읽은 나로서는, 그가 박철현이기 때문에 가능하리라는 걸 또한 잘 안다.

 

공연 후 포토타임. 사인을 받기 위해 책을 내민 나를 그는 반갑게 맞아 주었다. 한 시간 여의 단독 무대를 꽉 채운 코미디언답지 않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게 생긴 사인 밑에 그가 남긴 한 줄. ‘가장 필요한 건 유머!’ 꺼지지 않는 그의 용기와 희망은, 유머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그의 믿음에 대한 반응이며 실천이었으리라. 준비했던 게 아니었는데, 그런 그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다음 책도 써주세요!”

 

책 속 문장들을 남겨본다. 이 문장들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사람들. 펼쳐지는 사건들. 우연을 가장한 필연. 필연적으로 찾아온 우연. 그를 따라 Serendipity의 무한궤도를 돌며 놀랍고, 신나다가, 슬프고, 웃다가, 안타깝고, 아찔하다가, 울다가, 신기했다. ‘감명 깊었다!’

 

나를 가로막고 있는 담을 넘어,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코미디언 박철현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21쪽

그 후로 몇 달을 고생하시던 할머니는 벚꽃이 지던 어느 봄날에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부터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37쪽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이 자신 없는 일을 평생 해야 한다면 그게 과연 행복한 삶일까?’ 처음으로 방황을 했다. 그리고 2학년이 되는 해에, 나는 휴학했다.

 

51쪽

교회에서 처음으로 꽁트를 하며 참 행복하겠다 싶었던 ‘코미디언’을 내 직업으로 삼아보고 싶어졌다. 가족들에게 말하면 싫어할 것 같았는데, 옆에서 듣던 둘째 누나는 ‘그 재밌는 걸 왜 안 하냐?’라고 했고 엄마는 본인이 교사가 되지 못한 걸 아직까지도 후회한다며 젊을 때는 일단 해봐도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가족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다시 휴학계를 냈다.

 

86쪽

나는 뭐든지 문을 여는 역할은 잘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97쪽

나는 그곳에서 내 인생에 가장 극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101쪽

정말로 얼떨떨했지만 동시에 기뻤다. 두근거렸다.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내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 실제로 만나게 되다니.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일이란 건 없었다.

 

107쪽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 나눴다. 내 꿈을 말할 때면 항상 언급되던 그 사람에게 내 꿈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123쪽

바로 국내 최초의 코미디 클럽 탄생이었다.

 

129쪽

우리는 언젠가 카페를 차린다면 의자인데 앉는 부분이 없고, 문인데 손잡이만 있는 그런 걸 만들 거라며 헛소리를 하곤 했다.

 

134쪽

그 결과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알겠지만 내 인생 최악의 선택이었다. 비틀즈가 되지 못한 드러머, 인기 아이돌 그룹에 들지 못한 제6의 멤버. 그런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그게 내가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때는 그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145쪽

멀쩡한 대학교를 나와서 하고 싶은 거 해보겠다고 설쳐대다가 고꾸라진 인생에 일말의 돌파구도 희망도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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