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열리지 못한 서울국제도서전은 작년 소위 대박을 쳤다. 출판 지원금을 모두 삭감하는 정부 아래서 좋지 못한 분위기는 한순간 반전된 것 같았다. 올해는 작년의 여파로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경향도 있었지만 기대를 하는 눈치였던 건 사실일 것이다.
올해 서울 국제도서전은 어땠을까? 기획회의 636호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언제나 관심의 테두리 안에 있지만 지방에 사는 나로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책은 굳이 도서전을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구할 수 있고 팬심 넘치는 작가가 있는 것도 사실 아니다. 그래서 이번 도서전에서 있었던 여러 이슈들에 대해서 무감각했던 것 같다 (물론 일이 너무 바빠 관심 쓸 새도 없었다).
이번 도서전의 최대 쟁점은 '사유화'였다. 이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반대했다. 도서전은 공공적 가치를 지닌 것인데 몇 번의 호황으로 지분이 나눠진다는 것과 그 수익이 일부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논리를 막을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공공적 가치는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는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치러왔던 행사의 지원금이 끊어지면서 생겨난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랄 뿐이다.
또 하나의 논란은 티켓의 온라인 판매였다. 원래 얼리버드 티켓팅은 빠른 시일에 조금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목적이며 이는 수량을 제한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도서전의 주최 측은 이런 설정을 해놓지 않아 온라인으로 티켓이 모두 동나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당일 티켓팅을 하려고 했던 사람들과 온라인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한 사람들에 피해가 생겼다. 게다가 행사를 지켜보다가 '나도 한번 가볼까'라는 확산 효과를 차단해 버렸다. 이번 도서전 참관객의 90%가 여성이라는 점처럼 특정 집단에 쏠림 현상은 두드러졌다.
부스의 배치 또한 문제가 됐다. 입구 바로 앞자리는 명당이지만 가장 핫한 브랜드가 입점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입구부터 사람들이 몰려 동선이 막혀 버리기 때문이다. 전자전 같은 것을 가보더라도 LG나 삼성은 늘 맨 안쪽에 위치한다. 그것은 관람객의 동선을 깊숙이 유도하면 그 경로에 여타 작은 업체들을 배치하여 참관객들의 경험을 넓히고 작은 업체에 관심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번 도서전은 그런 배려가 없었다는 것이다.
단군이래 (매년 갱신) 최고의 불황이라는 출판계 현실에 호황을 겪는 도서전은 소중하다. 굿즈 장사나 한정판 장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책을 팔아야 한다. 도서전 내부에서 팔리지 않더라도 서점의 매대나 온라인 매장의 베스트셀러에 들지 못해 소외받는 책들을 독자와 만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도서전은 그야말로 브랜딩 싸움의 장인 것이다.
매년 더 성장할 도서전을 기대하며 언젠가 한 번은 참가해 볼 수 있을 바라본다. 그리고 공공재로서의 책의 의미도 지켜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