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만 권 출판되던 책은 이제 매년 8만 권이 넘었다. 성인 1인당 읽는 책은 6권 수준에서 4권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책은 매일 200권이 넘게 쏟아지고 있다. 밀리언셀러는 찾기 힘들고 10만 권만 팔아도 매우 잘한 세상이 되었다. 출판 시장은 여전히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고 마케팅의 창구는 점점 넓어져 간다. 서점 매대만 잘 섭렵해도 좋은 성적을 내던 예전과는 다르다. 급변하는 출판 마케팅 어떻게 해야 할까?
기획회의 600호 특집으로 진행되었던 출판 마케팅을 정리하여 엮은 이 책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소위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출판 마케터, 북튜버, 저작권 에이전트, 1인 출판사 등 출판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살아오며 겪은 성공과 실패를 나누며 마케팅의 방향성을 찾아간다. 하지만 어느 것도 정답일 수 없다. 책은 책과 작가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좋은 책이 마케팅으로 살아나긴 하겠지만 나쁜 책은 마케팅으로 성공하기란 어렵지 않나 싶다.
'사소, 사소' 하지 말고 '주소, 주소'하게 만들라고 해야 한다는 마케팅 용어는 이미 유명하다. 마케팅은 영업이나 판촉과 다르다. 어떻게 보면 이미지 매이킹이고 요즘 말로 브랜딩에 가깝다. 그럼에도 해결책은 쉽지 않다. '어떻게' 팔 것인가는 중요하지만 '누구'에게 팔 것인지는 더 중요해졌다. 분류는 예전과 다르다. 사람들이 가진 정보는 많고 취향은 다양하다. 마이크로 타겟팅이 중요하다. 어쩌면 모두에게 좋은 책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알 리스의 말처럼 '이 제품은 경쟁사 제품보다 어떤 점이 더 좋은가?'라는 가짜 질문 대신에 '이 제품이 최초가 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를 질문해야 한다. 결국 고객 중심의 마케팅이 되어야 한다. 누구를 고객으로 삼느냐에 따라 전략을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의 AI 열풍처럼 한때는 전자책으로 세상이 바뀔 거라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상하니만큼 책만은 디지털에 습격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 노래며 영화며 대부분의 것들은 아날로그의 완패인데도 말이다. 종이와 글자 그리고 책 그 자체가 가진 뭔가가 있는 것 같다. 되려 디지털 도서가 종이 도서로 재발행되는 현실이다. 그래서 출판 마케팅은 더 어려운 듯하다.
이제는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한 SNS 마케팅은 기본이 되어 버렸다. 사전에 팬을 모으는 펀딩도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가제본이나 밀리의 서재 등에서 선공개하는 것도 방법이 되었다. 셀럽이나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여전하지만 하지만 결국 글 자체가 좋아야 한다. 마케팅은 스토리에 스토리를 덧입히는 걸지도 모를 일이다.
마케팅의 어려움은 비단 출판업에서 만의 문제는 아니다. 결국 변화는 문화와 기호 속에서도 틈새를 발견하는 것이다. 어쩌면 가볍고 재빠른 사람들에게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뭔가를 판다는 건 역시 쉽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