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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mpy의 서재
  • 남아 있는 나날
  • 가즈오 이시구로
  • 13,500원 (10%750)
  • 2021-04-09
  • : 2,287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일에 강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은 때로는 자신의 일에 대한 정통성과 프로페셔날만을 강조하다가 세상의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반대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대인들은 세상의 변화에 한 걸음을 내 딛는 것을 두려워하고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둘 사이에는 세상의 변화를 무시하려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지금하고 있는 일이 고귀하고 변함없이 할 수 있을 거라는 자리합리화를 한다.

자신의 가치를 자신이 아닌 주위의 것들로부터 얻어려고 하는 것은 책의 주인공인 스티븐스도 현대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주인의 위대함이나 도덕적 청결함 위에 자신의 완벽한 집사가 되려는 스티븐스. 집이나 차, 직장, 학력 등이 자신의 가치로 보는 현대인. 우리의 우리 존재가 아닌 다른 것에 둘 때의 위험함을 우리는 알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은 새로운 주인을 맞은 스티븐스가 주인의 권유로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그 여행은 총무를 맡았던 켄턴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도 하다. 여행 중에 생기는 사람들의 호의 속에서 달린턴 경을 모시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진행된다. 주인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복종 그리고 헌신을 하던 시절. 사사로운 감정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지난날을 회상한다. 아버지의 죽음도 유대인 하녀들을 해고도 켄턴에 대한 연민도 모두 완벽한 집사를 위해서 묻어둔다.

아집에 가까운 정통성은 자신이 모시던 달린턴 경이 몰락하더라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달링턴 경을 옹호하기도하고 때로는 별개의 문제로 치부하기도 한다.

결국 켄턴을 다시 만났을 때에도 하고 싶은 말을 결국하지 못한다. 집사로의 품위만을 위해 살아온 스티븐스가 갑자기 변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살아온 나날을 얘기하는 이 책은 남아 있는 나날에 대해서는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이제껏 집사의 삶을 살아온 스티븐스가 앞으로도 새로운 주인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마무리하는 모습에서 인간은 그렇게 쉬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많은 집중력을 필요로 했다. 1900년대 초 영국이라는 배경은 심미적 요소도 없었고, 이야기의 굴곡도 없었다. 스티븐스의 인생을 그려내며 아주 무덤덤하게 세상을 비꼬고 있는 느낌이다. 영국의 집사라는 것에 대해 알 수 있었지만 소설에 더 깊이 빠져들려면 영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공부가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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