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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본의 새로운 식민지는 여성/식물/동물의 내부공간(즉 육체)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제3세계 생태, 여성인권 활동가이자 사상가인 반다나 시바의 이 말이 적격일 것이다. 시바의 주장을 생생한 현실의 구체적 자료와 예들과 함께 설명해주는 책이 바로 이 <프랑켄슈타인의 일상>. 이 책은 바이오테크놀로지, 생명공학이라는 거대해 보이는 과학기술/과학 산업이 언젠가부터 얼마나 많이 그리고 깊숙이 우리의 일상 안에 들어와 있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매일매일 살고 있는 ‘일상’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자율적 선택’이 가능한 영역처럼 보이지만 그 선택이 항상 어떤 물질적 전제 위에서 일어나며 (가족 및 다양한) 관계와 가치관, 윤리관 위에서 작동하는 것이란 점에서 그리고 그 결정이 현재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항상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이란 과거-현재-미래가 혼재하는 복합적인 시공간”이자 “위계와 억압이 존재하며 각기 다른 권력들이 경합하는 정치적인 장”이 된다.
이러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만나는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모습은 어떠할까?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이러한 생명공학 신기술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으니 생명공학이 얼마나 나의 주변에 가까이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신문을 펼치면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하십니까?”라는 문구와 함께 성장호르몬제제의 전면광고가 실려있고 한쪽 면엔 광우병 소고기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와 함께 의료민영화가 있고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의 황우석 사태까지 있다. 많다. 책에 실려있는 수많은 사례 가운데 나는 특히 IVF라고 하는 보조생식의 문제가 흥미로웠는데 ‘인공수정에서 체외수정기술까지 발달하는 과학기술은 대리모 사업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간단한 한 문장은 간단치 않은 현실을 모두 지칭하므로 ‘두껍게’ 읽혀야 하는데, 보조생식기술은 ‘아무리 비싼 돈을 치르고서라도’ 자기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부모의 욕망으로 인해 자본이 개입하면서 더욱 세밀하고 정교하게 발달하며 이에 따라 대리모 산업과 생겨나고 난자매매가 생겨난다. 이로 인해 관련법규가 생겨나지만 수요와 공급이 있는 한 지구화된 시장은 계속 작동한다. 제 3세계는 의료관광산업으로 돈을 번다. ‘젊고 교양있는’ 여대생의 몸에서 채취한 난자가 선호되는 ‘상품시장’은 점차 ‘우생학’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위험하고 비용이 높은 ‘병원시술’은 다시 차라리 비용이 덜하고 몸도 덜 망치는 대리모와의 ‘직접적 성관계’로 이어지고 ‘충격적이고 위험한 윤리붕괴의 현장’으로 회자된다. 이와 같이 복잡한 지형을 지적하는 저자들은 그러나 여기엔 정작 중요한 질문이 빠져있다고 말한다. 왜, 어떻게 이런 수요는 만들어지는가? 하는. 문제는 ‘자궁이 상품화되는’ ‘성매매도 불사하는’ 충격적인 대리모 문제가 아니라 ‘불임’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고 보조생식기술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문제설정 자체이다. 결국 정말로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남들이 다 가지는 아이가 없으면 온전한 삶이 아니라는 식의 기존 규범과 그 규범을 계속 유지, 재상산하는 현실인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일견 복잡해 보이는 현실에 작동하는 우리의 숨겨진 전제들에 의문을 품으면서, 다시 질문하면서 시작된다. ‘일상과 자유에 대한 질문’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서문은 그러한 책의 의도를 잘 설명한다. 생명공학, 생명윤리라는 선뜻 다가가지 않는 주제가 실은 우리의 일상의 윤리와 일상의 정치와 밀접해있었다는 사실. “그러므로 규제와 생명윤리를 넘어서 일상의 윤리를 통해 생명과학기술을 성찰하는 과정에 우리 모두 동참해야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쉬이 흘려 넘겨지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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